니나가와 유키오(79)
연극 ‘무사시’ 연출 니니가와 유키오
두 무사 승부 줄거리…무대미학 빛나
“3분안에 관객 빠져들 움직임 만들어”
두 무사 승부 줄거리…무대미학 빛나
“3분안에 관객 빠져들 움직임 만들어”
영국이 인정한 일본의 셰익스피어의 거장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79·사진)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대표작인 연극 <무사시>를 21~23일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2011년 셰익스피어 원작을 각색한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로 한국 관객들에게 첫인상을 깊게 심어준 지 3년 만이다.
그는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1년에 왔을 때도 긴장을 많이 했는데 요즘 한일관계가 안 좋아서 더 긴장이 된다”고 농담으로 말문을 꺼냈다. 그러면서 “연극이 사회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관객들이 공연에 집중해서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니나가와는 막이 오른 뒤 3분 안에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3분 연극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연극이 시작되면 3분 안에 극의 모든 메커니즘을 동원해서 관객들을 연극 속으로 몰입시키는 독특한 연출법이다. 그는 “<무사시>에서도 관객들이 3분 안에 빠져들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면서 “극장에 1분은 괜찮지만 2분은 늦지 말라”고 웃음 섞인 당부를 했다. 그러면서 “대나무가 절의 마루와 마당까지 소리 없이 이동하는 장면을 주의 깊게 봐달라”고 귀띔했다.
연극 <무사시>는 소설가 요시카와 에이지(1892~1962)의 역사소설 <미야모토 무사시>를 바탕으로 일본의 국민 극작가로 불리는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가 대본을 쓴 작품. 17세기 에도 시대 초기의 일본을 배경으로 실존 인물이자 전설적인 무사로 이름을 날렸던 미야모토 무사시와 그의 숙적인 사사키 코지로 사이에 벌어진 최후의 진검 승부를 다룬다. 지극히 일본적인 이야기이지만 연출가 니나가와 특유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무대 미학과 극작가 이노우에의 깊이 있는 필력이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런던의 바비칸 센터와 뉴욕의 링컨 센터 등에서 공연되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는 “비록 두 무사의 칼싸움을 다루지만 ‘쓸데없는 살인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고민했던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염원이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또 “여러가지 방법으로 살인을 막으려는 민중의 노력과 힘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나가와는 1955년 신극 단체인 세이하이에 입단한 뒤 1969년 첫 연출작 <진정이 넘치는 경박함>으로 일본 연극계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1974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작으로 <리어왕>, <오이디푸스왕>, <왕녀 메디아> 등 셰익스피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문제작들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공로로 2000년 제41회 마이니치 예술상과 2002년 대영 제국 훈장을 받았다. 그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에는 귀족이나 왕, 서민, 거지 등 모든 계급이 들어있다”면서 “마치 객석의 모습이 거울처럼 반영되기 때문에 전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고 셰익스피어에 천착하는 이유를 밝혔다.
“연극을 통해 여러 나라나 민족이 서로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는 전쟁을 겪으면서 살았기 때문에 세상에 용납 못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연극을 통해 나름의 방법으로 타파해 가고 싶다.”
일본의 스타 배우 후지와라 타츠야와 미조바타 준페이가 두 무사로 출연한다. 3시간 넘게 일본어 대사와 한글 자막으로 진행한다. (02)2005-0114.
정상영 선임기자chung@hani.co.kr
사진 엘지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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