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협동조합 김인희 단장
발레협동조합 김인희 단장
서울발레시어터 등 5개 단체
협동조합 꾸리고 첫 공동공연
“무용수 열악한 현실 개선
발레 대중화 씨앗 뿌릴 것”
서울발레시어터 등 5개 단체
협동조합 꾸리고 첫 공동공연
“무용수 열악한 현실 개선
발레 대중화 씨앗 뿌릴 것”
최근 서희(아메리칸발레시어터), 강효정(슈투트가르트발레단), 김세연(스페인국립발레단) 등 한국 출신 발레리나들이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드높이고 있지만, 국내 발레계의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다. 특히 민간 발레단의 현실은 열악하다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로 바닥을 친 지 오래다. 50여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민간 직업무용단이 활동중이지만, 이 가운데 정해진 월급과 4대 보험을 제공할 여력이 있는 단체는 유니버설발레단과 서울발레시어터 두 곳뿐이다. 대부분의 직업무용단은 1주일에 2~3번씩 모여 연습을 하고, 공연 때만 출연수당을 주는 방식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 전속 무용수가 부족해 공연 때마다 다른 단체에서 무용수를 ‘빌려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용수들은 보통 2~3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이렇게 힘겨운 민간 발레단의 상황을 타개하고 한국 발레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 발레계 내부에서 시작되고 있다. 지난 1월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SEO 발레단, 이원국 발레단, 와이즈 발레단 등 5개의 민간 발레단체들이 모여 국내 최초 발레협동조합인 ‘발레STP협동조합’을 결성한 것이다. 초대 조합장을 맡은 김인희(51·사진)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은 1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역설적이게도 홀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이런 어려운 현실이 5개 단체가 모이는데 큰 역할을 한 듯 하다”고 말했다.
‘발레’와 ‘협동조합’은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왜 5개 단체들은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를 택했을까? 김 단장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단체 결성에 대한 고민을 해오다 당시 서울시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협동조합 이야기를 듣고 ‘이거다!’ 싶었다”며 “초기 자본금을 모아 투자를 하고 수익이 나면 공평하게 분배한다는 협동조합의 취지가 우리들의 구상과 딱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이후 협동조합 설립까지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초기 자본금은 각 단체가 50만원씩 출자해 충당했고, 공연을 통한 수익은 매해 연말에 똑같이 배분하기로 했다. 조합장 역시 3년씩 순번제로 돌아가며 맡기로 정했다.
김 단장은 “정부 지원 요청이나 기금 모금 등 한 단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했던 현실적인 문제들도 5개 단체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 가능하지 않겠냐”며 “또한 서로 협동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작품도 개발하고 역량도 강화하면 무용계 전반에 새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 첫 걸음으로 조합 설립 2개월만에 첫 공동공연도 무대에 올린다. 오는 25일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에서 <발레, 아름다운 나눔>을 주제로 ‘스페인 정원의 밤’(유니버설 발레단), ‘파드갸트르’(SEO 발레단), ‘이광석: 쿰바카’(와이즈 발레단), ‘호두까기인형 중 그랑 파드되’(이원국 발레단), ‘질주’(서울발레시어터) 등 5개의 레퍼토리를 펼친다.
“각 레퍼토리에 대한 소개도 덧붙이는데, 각 발레단이 다른 발레단의 작품을 해설하기로 했어요. 서로의 작품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고 경쟁보다는 협력에 초점을 맞추자는 의도죠.” 발레협동조합은 3월 첫 공연을 시작으로 5월15일과 8월26일에도 잇달아 공동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각자의 작품을 합쳐 공동공연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각 단체의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함께 만드는 ‘합작공연’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또 조합 차원의 지방공연도 진행해 전국에 고루 발레 대중화의 씨앗을 뿌리고, 성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발레교육도 꾸준히 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모은 상태다.
“우리들끼리는 ‘적어도 대한민국에 태어나 발레 공연 한번 못 보고 죽는 국민은 없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더 욕심을 낸다면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케이 발레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전 세계에 알리는 게 최종 목표겠죠? 이 작은 움직임이 한국 발레의 부흥기를 가져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i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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