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피의 결혼’
연극 ‘피의 결혼’ 김미숙·이승헌씨
“박자와 강약, 사람 표정 잘 어울려”
“박자와 강약, 사람 표정 잘 어울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집시 춤과 음악인 플라멩코와 우리 남도가 자랑하는 소리와 장단이 만난다.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오는 2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연극 <피의 결혼>에서다.
‘스페인의 심장’이라 불리는 시인·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의 원작을 극단 예술감독 이윤택(62)씨가 한국 전통연희의 틀에 담아냈다. 다음달 열리는 남미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 ‘콜롬비아 이베로아메리카노 페스티벌’에도 초청된 <피의 결혼>의 두 주역 김미숙(43·사진 왼쪽), 이승헌(42·오른쪽)씨를 20일 연습실에서 만났다.
“저희가 하는 <피의 결혼>을 보면 스페인 민요인 칸테와 남도민요 육자배기가 거의 같다는 것을 느끼실 거예요. 기본 장단이나 부르는 사람의 표정도 거의 흡사해요. 3박자의 장구 박과 플라멩코의 박, 강약조절이 거의 같아서 자유롭게 놀 수 있을 만큼 잘 어울립니다.”
김미숙씨는 이번 공연에서 어머니 역을 맡아 며느리가 저지른 사랑의 도피와 아들의 죽음을 바라봐야 했던 늙은 여인의 초탈한 감정을 격정적인 플라멩코로 표현해낸다. 특히 극의 마지막에 아들을 잃고 6~7분 동안 오열하는 장면에서 마치 판소리나 육자배기처럼 말과 소리(노래)를 넘나드는 독특한 화술을 선보인다. 그는 그것을 ‘한국적인 화술’이라고 설명했다.
“소리와 말을 왔다갔다하면서 감정을 실어내는 것은 우리 극단의 연극 메소드입니다. 우리가 잊거나 발견하지 못한 한국적인 메소드를 연구하고 개발해서 ‘이게 한국인이 할 수 있는 연기’라는 것을 외국에 알리고 싶어요.”
<피의 결혼>은 결혼식 날 신부가 첫사랑과 달아나면서 그들을 뒤쫓는 아들(신랑)과 첫사랑 남자의 결투와 죽음, 남아 있는 자들의 절규를 시적으로 그려냈다. 이번 공연에서는 아코디언, 기타, 가야금, 피리, 태평소, 장구, 북, 꽹과리, 남도창 등으로 죽음과 사랑, 그리고 본능이 지배하는 세계를 표현한다.
이승헌씨는 어찌할 수 없는 비극에 휘말려서 살인을 저지르고 죽음을 맞이하는 아들이자 신랑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연극은 감정의 기복이 극단적이다. 순진무구하게 살다가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신랑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본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어 “제가 극단에서 신체 운용적인 스타일을 맡고 있는 만큼 현재 삶을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서 극단적이고 현실감 있는 이미지를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콜롬비아 이베로아메리카노 페스티벌 공연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2년 전에 연극 <햄릿> 공연으로 기립박수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00석이 넘는 무대에서 8회 공연을 합니다. 특히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400여편의 작품 중에 ‘꼭 봐야 할 공연 10’에 선정되었다고 해요. 스페인의 대표 시인 로르카의 작품을 한국적으로 소개하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김미숙)
“플라멩코 배우랴, 소리 배우랴, 연기 연습하랴 3배나 힘들었습니다. 아마 페스티벌에서 저희를 기억하는 관객들도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에게 다시 한번 한국 연극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어요.”(이승헌)
김미숙, 이승헌씨 외에 윤정섭(레오나르도), 김하영(신부), 이주영(아내), 이재현(아버지), 차희(장모, 거지 여자), 이승우(벌목꾼) 등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이 출연한다. 국악 퓨전음악그룹인 ‘반’(VANN)이 국악과 플라멩코가 어울리는 라이브 연주를 들려준다. 31일에는 공연 뒤 이윤택 연출가, 배우들의 관객과의 대화, 4월2일에는 공연 전에 명동예술극장의 정명주 책임피디의 강연이 있다. 4월5일까지. 1644-2003.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