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150돌을 맞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이를 기념해 국내에서도 독일 쾰른 필이 국내 첫 내한연주회로 그의 대곡 을 해외 오케스트라로는 국내 초연하는 등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음악 연주회가 올 한해 내내 이어진다. 사진 빈제로 제공
지휘자가 손 동작 멈춘 뒤 약간의 여운 즐기세요
클래식 연주장에선 박수를 쳐줘도 따가운 시선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박수도 ‘쳐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죠.
지난달 15일 독일 쾰른필하모닉의 첫 내한 연주회 때 일입니다.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하는 쾰른필은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이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남긴 불후의 명곡 <알프스 교향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40여년을 알프스 산록에 살면서 지은 교향곡입니다. 서주부의 밤과 일출로 시작해서 1부 등산, 2부 산꼭대기, 3부 하산으로 이루어진 연주를 들으면 마치 알프스를 등정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해외 오케스트라가 국내에서 이 대곡을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라 클래식 팬들의 기대가 무척 컸습니다. 그래서 기획사인 빈체로는 연주 전에 특별히 안내방송으로 “알프스 교향곡은 맨 마지막 부분이 조용히 끝나므로 지휘자의 손동작이 멈춘 후 약간의 여운을 두시고 박수로 성원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신신당부까지 했지요. 연주는 마지막 곡 ‘밤’에서 하산 후의 신비로운 밤의 풍경을 표현하며 조용히 끝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연주가 끝나기 무섭게 객석 한곳에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클래식팬들은 이를 ‘안다 박수’라고 부릅니다. 안내방송까지 했는데도 성급하게 박수를 친 것은 ‘이 곡을 안다’는 것을 주위에 자랑하고 싶은 과시욕 탓이라는 거죠.
관객들의 박수는 연주자들에게 큰 선물이 되지만 이렇게 반박자 빠른 성급한 박수는 오히려 연주회의 분위기를 망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러 <교향곡 9번>이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바흐의 <마테 수난곡>이나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같은 종교곡, 슈베르트나 슈만의 연가곡처럼 깊은 여운이 있는 곡은 한 템포 박수를 늦추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지휘자나 연주자가 연주를 끝내고 객석으로 돌아서서 인사를 할 때 박수를 쳐도 늦지 않습니다.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도 언젠가 해외 인터뷰에서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의 마지막 음을 연주하자마자 터져나오는 박수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이 곡이 끝날 때 환호를 터뜨리지 않고 ‘경이로운 침묵’을 즐기는 것이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거의 매번 손뼉을 침으로써 자신이 이 곡의 끝을 잘 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청중이 있습니다.”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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