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채우려고
89년 유례없는 방식으로 연 축제
지방·영세악단엔 실력단련 기회로
한때 경쟁과열뒤 90년대말 안정화
올해도 18개 악단 참가해 연주 선봬
“국내외 오케스트라 교류 통로 될것”
89년 유례없는 방식으로 연 축제
지방·영세악단엔 실력단련 기회로
한때 경쟁과열뒤 90년대말 안정화
올해도 18개 악단 참가해 연주 선봬
“국내외 오케스트라 교류 통로 될것”
‘이 큰 공연장을 도대체 무엇으로 채우나?’ 1988년 2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개관했을 때 담당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88올림픽을 앞두고 부랴부랴 짓긴 했는데 하드웨어(홀)를 채울 소프트웨어(공연)가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머리를 짜낸 끝에 나온 궁여지책이 전국의 국공립 오케스트라를 몽땅 초청하는 ‘교향악축제’였다. 많은 공연들이 콘서트홀을 대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지금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 오케스트라 전국체전? ‘전국의 오케스트라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발상의 교향악축제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개관 1주년을 맞은 1989년 봄에 시작됐다. 이 축제가 현실화될 수 있었던 데에는 당시 공연계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80년대 후반은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전이라 정부 부처 산하인 예술의전당의 파워가 지금보다 더 막강했다. 또 국내에 교향악 연주회도 극히 드물었으며 지방에는 변변한 공연장조차 없었다. 지방악단 입장에서 국내 최고의 공연장이 제공하는 무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주변 사정에 깜깜했던 지방악단들은 교향악축제 참가를 계기로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상근 단원이 부족해 대규모 교향곡을 연주하지 못했던 악단은 단원을 새롭게 뽑았고, 기본기가 부족하거나 내세울 만한 레퍼토리가 없는 악단은 교향악축제에서 연주할 곡을 1년 내내 마르고 닳도록 연습했다. 정부 지원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영세 악단은 교향악축제 참가를 통해 공식 활동을 증명함으로써 악단을 존립시켰다.
지역별 대표 악단들이 참여하다 보니, 교향악축제는 한때 ‘전국체전’ 같은 분위기를 띠며 경쟁이 과열되기도 했다. 교향악축제에 초청받는 것을 하나의 자격 검증으로 여겨 너도나도 참가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이를 조정하느라 애를 먹는 일도 있었다.
■ 사반세기 동안의 성과 90년대 후반께 이르자 교향악축제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 집단이 형성되었고, 전국적으로 연주 요건을 제대로 갖춘 전문교향악단이 양산됐다. 다양한 교향악 레퍼토리를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국내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도록 권장함으로써 창작 분위기를 고무했다. 국외 무대에서 활약중인 연주자들을 협연자로 초청해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도 했다. 한마디로, 교향악축제는 국내 악단과 관현악 연주의 현재 위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였다.
하지만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해 낮은 관람료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이 축제가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급기야 폐지론까지 나오기도 했다. 2004년 한화그룹이 공식 후원자로 나서, 교향악 축제는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 2014 교향악축제 미리 보기 지난 25년간 교향악축제는 매해 초청 악단과 프로그램, 협연자를 달리하면서 조금씩 변화 발전해왔다. 26회째인 올해는 4월1일 KBS교향악단(지휘 요엘 레비)부터 18일 부천필(지휘 임헌정)까지 18개 악단이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 말러, 드보르자크, 쇼스타코비치, 차이콥스키, 생상스 등 다양한 작곡가들의 교향곡과 협주곡을 만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와 교류 협정을 맺은 것이다. 올해부터 3년간 이 콩쿠르 우승자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협연자로 초청되고, 콩쿠르 기간 동안 홍보물에는 교향악축제에 대한 소개 내용이 기재된다. 그 첫번째로,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보리스 길트부르크가 4월17일 수원시향(지휘 김대진)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태승진 예술의전당 예술사업부 본부장은 “교향악축제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의 교류 외에도 향후 아시아권을 시작으로 국내 악단을 국외 축제에 파견하고 외국 악단을 국내로 초청하는 등 오케스트라 교류의 통로가 되겠다는 이상이 있다”고 말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수원시립교향악단. 예술의전당 제공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의전당 제공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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