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뭉근한 사랑얘기 불러봤죠-김용우
선조들의 몽근한 사랑얘기 불러봤죠
경기 12잡가 고가산조도 담아, 전통선율-재즈 접목 힘들어
국악계에서 드물게 ‘오빠부대’를 몰고다니는 ‘젊은 소리꾼’ 김용우(37)씨가 새 앨범 <어이 얼어자리>를 냈다. ‘용천검’, ‘임진강’ 등의 노래로 사랑받은 4집 앨범 <질꼬냉이>에 이어 2년만에 선보이는 신작. 전통민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면서 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 신선한 감동을 안겨주었던 이 소리꾼이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까? “그동안 토속민요를 토대로 음악작업을 해왔으나 이번 앨범부터는 일반인들이 쉽게 들을 수 없었던 경기 12잡가와 12가사, 고가산조 등을 담아봤어요. 또 오랫동안 공부해왔던 다양한 장르의 전통음악을 더 알리고 싶었고요.” 서울대 국악과 재학시절 이미 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12가사의 이수자로 지정되었던 이 준재의 자신감이다. 이번 음반에는 타이틀 곡인 고산신조 ‘어이 얼어자리’를 비롯해 경기 12잡가 중의 하나인 ‘유산가’, 12가사 ‘어부사’와 ‘바람불고 눈비 오랴는가’(수양산가) 등을 전진배치하고 토속민요를 담았다. 타이틀 곡 ‘어이 얼어자리’는 조선의 선비이자 풍류남아였던 백호 임제(1549~1587)와 시, 서화에 능한 평양기생 한우가 은근한 사랑을 농하던 시조 ‘한우가’(어이 얼어자리 무슨 일 얼어자리 원앙침 비취금을 어데 두고 얼어자리)이다. 나와 원앙금 비취이불이 있는데 왜 추운 데서 얼어 자려고 하냐는 투정이다. “옛 선조들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러브레터예요. 요즘처럼 한순간에 뜨거웠다가 이내 식어버리는 일회성 사랑이 아니라 은근한 사랑이 감동을 주었지요. 내용은 굉장히 야하고 속될 수 있지만 은근한 멋과 맛이 있지 않아요?” 그가 국악고 1학년 때 옛 시조에 곡을 붙인 <고가산조> 악보집을 공부하면서 흥얼거린 노래였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10여년이 넘은 최근에 나도 모르게 이 노래가 흥얼거려지더라니까요. 아마 사랑을 느낄 때가 되었나요.” 37살 노총각이 수줍게 웃는다. 지난 2월 정동극장 개관 10주년 기념 초청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불렀더니 뜻밖에 반응이 좋아 재즈가수 김여진씨와 함께 녹음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9월부터 기획해 선곡작업을 끝내고 올해 3월부터 녹음에 들어가기까지 무려 여섯달의 진통을 겪어야 했다. “전통적인 선율에 재즈 반주를 입히는 작업이 무척 힘들었어요. ‘어이 얼어자리’ 같은 경우에는 재즈하는 김여진씨가 우리의 전통적인 3박자의 맛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잖아요. 전통적인 선율과 잘 어울리는 코드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인 거죠.” 그는 “앞으로도 전문 소리꾼들에 의해 불리는 전통소리를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해석해 일반인들이 좀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24일 백암아트홀에서 5집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를 연다. 96년 1집 앨범 <지게소리>를 낸 뒤로 데뷔 10년을 맞는 내년에는 5월 ‘베스트 앨범’ 출반과 가을께 6집 앨범과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02) 2692-7667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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