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소서노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소서노
고구려·백제 건국 이야기 그려
무용수들 화려한 ‘군무’ 볼거리
고구려·백제 건국 이야기 그려
무용수들 화려한 ‘군무’ 볼거리
단재 신채호 선생이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를 세운 역사상 유일한 창업여제’(<조선상고사>)라고 높이 평가한 소서노의 삶을 그린 가무극 <소서노>(사진)가 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고대 졸본 부여 부족장 연타발의 딸 소서노는 드라마 <주몽>(2006)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이번 작품은 소서노의 삶을 역사적 사실(팩트)과 허구(픽션)을 더한 ‘팩션’극의 형태로 재해석했다. 정혜진(55)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이 지난 2012년 5월 취임 뒤 처음으로 제작과 연출까지 맡았다는 점, 무용가인 정 감독이 춤 위주가 아닌 극 위주의 가무극의 형태로 제작했다는 점, 10억이라는 비교적 큰 예산을 들여 만들었다는 점 등에서 기대를 모았다.
가무극 <소서노>는 부여 왕자들의 시기와 모함으로 부여를 떠나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하는 주몽과 자유로운 삶과 졸본 백성을 위한 신탁 사이에서 갈등하던 소서노가 만나 고구려와 백제 두 왕국을 건설하기까지의 과정과 갈등을 그린다.
이 작품에서는 전문무용수들이 추는 ‘화려한 춤’이 가장 눈에 띈다. 특히 여러명이 함께 추는 ‘검무신’, ‘추격신’, ‘전쟁신’ 등의 군무는 절도가 있으면서도 섬세한 기술성까지 엿보여 보는 즐거움을 듬뿍 느끼게 한다. 전통미에 현대적 세련미를 가미한 아름다운 의상과 어우러진 한 동작 한 동작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대 연출에선 ‘삼족오’(세발 달린 까마귀), ‘신비의 보검’ 등 전통적 상징물, 시스루천에 그려넣은 대나무와 같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미장센, 와이어 액션의 활용 등을 통해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한다.
소서노 역의 조정은, 주몽 역의 박영수 등 배우들이 펼치는 힘있는 노래와 깔끔한 고음처리는 작품에 안정성을 더한다. 특히 조정은은 10곡이 넘는 고난도의 노래를 소화하면서도 120분 공연 내내 흔들림 없는 연기를 뽐낸다. 음악은 전통적 음률에 웅장미와 비장미를 녹여낸 주요 곡들과 현대적이고 가벼운 느낌의 브리지(연결) 곡들로 다양성을 추구한 듯 보이는데, 둘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 몰입을 방해하는 단점도 있다. 1막의 느슨한 전개에 견줘 2막은 쫓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전개도 아쉽다. 때문에 “희생과 상생의 리더십”을 내세우며 고구려를 떠나는 소서노의 선택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잘 알려진 일화 사이를 촘촘히 메우는 개연성 있는 상상력이 아쉽다. 29일까지. 4월5~12일 천안예술의전당.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서울예술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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