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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왜 이탈리아어로? ‘비엔날레’ 이름에 담긴 비밀

등록 2014-04-03 19:50수정 2014-04-04 10:17

문화 콕콕
이탈리아의 미술 패권 욕망이 낳은 경연
한국 미술판에서 2014년은 전세계 작가와 기획자들을 불러모으는 국제전시 ‘비엔날레’의 풍년입니다. 19년째인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부산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이 9~11월 치러집니다. 2년마다 열린다는 뜻의 낯선 이탈리아 말인데도, 요사이 친숙한 이름이 됐습니다. 서울, 부산, 광주의 비엔날레 말고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등 유난히 한국에서 많이 열리기 때문이죠. 왜 굳이 이탈리아 말로 이름지었을까요? 3년마다 열리는 ‘트리엔날레’, 4년마다 열리는 ‘콰드리엔날레’라는 국제전도 따로 있는데, 역시 이탈리아 말입니다.

비엔날레는 동시대 세계 미술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지만, 로마·르네상스 미술의 태반이었던 이탈리아의 패권도 상징합니다. 오늘날 비엔날레로 대표되는 국제미술전의 틀이 ‘모든 비엔날레들의 어머니’라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1895년 이탈리아 국왕부처의 결혼을 기념해 창설된 이 비엔날레는 100년여 동안 세계 미술의 흐름을 집약해온 미술전시의 지존입니다. 격년마다 국제전을 연다는 아이디어는 이탈리아 민족주의자였던 시인 단눈치오가 베네치아 카페에서 구상했다고 전해집니다. 근대민족주의를 업고 올림픽, 박람회처럼 미술도 국가 경연장이 필요하다는 발상이었지요.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무솔리니, 히틀러 등에 의해 국가주의 선전장으로 악용되기도 했지만, 팝아트, 신표현주의 같은 새 사조들을 공인하는 무대로 구실해왔습니다. 특히 90년대 이후 미술의 중심과 변방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문화 마케팅과 관광수요 창출이라는 각 나라의 정치적 욕망과 맞물리면서 비엔날레는 전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2년마다 개최하는 이유는 미술장르에서 최소한 그 정도 간격을 두어야 전체적인 트렌드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는 생각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 더 오랜 간격을 두고 열리는 국제전도 있습니다. 독일에는 5년마다 열리는 담론 중심의 카셀 도쿠멘타와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조각프로젝트가 유명합니다. 일본은 트리엔날레가 비엔날레보다 훨씬 많습니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국제미술전의 유형들이 조금씩 다른 것이 흥미롭지요?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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