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천조각을 폐가구 위에 겹겹이 쌓아올린 뒤 에폭시 수지로 굳혀 만든 2인조 디자인 그룹 패브리커의 가구 세트.
땅속처럼 수십겹 지층이 있고, 그 기운이 얼룩무늬처럼 번져나오는 테이블. 뺀질뺀질 인조광택으로 빛나는 의자. 둘을 마주 보게 했더니 시크한 분위기에 고전미 뒤섞인 디자인 가구로 변신했다. 자투리 천조각을 폐가구 위에 겹겹이 쌓아올린 뒤 에폭시 수지로 굳혀 만든 2인조 디자인 그룹 패브리커의 가구 세트(사진)다.
폐현수막 가방, 양말 손목 패드 등도 통통 튀는 색감 디자인으로 광을 냈다. 이름하여 ‘업사이클 디자인’. 폐기물 재활용에 머물지않고 디자인 가치를 극대화시켜 명품으로 다듬어내는, ‘개천에서 용된’ 디자인이다. 90년대 트럭 방수천을 쓴 스위스브랜드 프라이탁의 가방이 대박을 친 이래 세계적 유행이 되고있다.
서울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갤러리에 펼쳐진 ‘업사이클 아트 &디자인’ 전에서 국내 젊은 디자이너·작가 10팀이 폐가구, 신문지, 버린 옷 등으로 만든 조명, 가구 따위의 업사이클링 생활소품 등을 볼 수 있다. 입체파, 다다 등 20세기 미술사조에서는 버린 것을 되살려 명품을 창작했던 게 낯설지 않다. ‘업사이클링…’전은 미술가들의 오래된 재활용 애착증을 염두에 두고 보면 더욱 흥미롭다. 29일까지. (02)3707-2890.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제공 롯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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