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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5월 광주, 너무 슬퍼서 웃고 까부는 거예요”

등록 2014-04-30 19:24수정 2014-04-30 20:55

고선웅 연출가
고선웅 연출가
연극 ‘푸르른 날에’ 연출 고선웅
5·18민주항쟁 ‘명랑신파’로 각색
작품 배경인 광주서도 공연키로
“당사자들이 어떻게 봐줄지 걱정
부담스럽지만 진심은 통할 것”
응답하라, 1980!

5월을 앞두고 또다시 소집령이 떨어졌다. 배우와 스태프는 이 소집령에 4년째 꼬박꼬박 응답했다. 1980년 5월 광주를 다룬 연극 <푸르른 날에>가 서울 남산예술센터(4월26일~6월8일) 무대에 다시 올랐다. 작품의 배경인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6월13~22일) 공연도 앞두고 있다.

5·18 광주민주항쟁을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과 30년 뒤의 인생역정을 그린 이 작품은 2011년 초연 이래 3년 연속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우리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은 인간, 사회,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연출자 고선웅의 손을 거치며 살아 있는 대사와 가벼운 터치, 비장한 가운데도 흥을 잃지 않는 이른바 ‘명랑 신파’로 각색됐다.

지난 25일 남산 공연장 인근 카페에서 고선웅(사진)을 만났다.

한 작품을 4년째 무대에 올리는 느낌부터 들었다. “연출의 특징은 낯설게 보기, 새롭게 보기죠. 세번째 공연을 보셨던 분이 이번에도 와서 보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전혀 다르니까요. 배우들도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는 초연 때와 똑같은 배우와 스태프가 나서지만, 서로의 자극과 반응들이 쌓여 4년째 공연에서는 연극의 품질이 한 단계 높아졌다고 자신했다.

그는 연극의 줄거리를 “광주민주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있었던 연인의 이야기”라고 했다. “그때 비겁했던 자신을 자책하고 참회하며 30년을 보낸 남자와 그 남자로 인해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이별해야 했던 여자. 그리고 둘 사이 생긴 아이의 결혼식 등등”이 담겼다.

그는 오히려 광주민주항쟁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방식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형식적으로 조금 다르게 만들었거든요. 거룩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금기시하면 쉽게 접근할 수가 없어요. 상갓집에 가면 울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상갓집에서 저희는 웃기고 있거든요.”

그는 ‘상갓집에서 웃기는’ 형식적 실험을 끝내 밀어붙였다. “조용해야 될 곳에서 까부는 것이, 슬퍼서 까부는 것이라면 내버려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거죠. 그렇게 접근을 해보자고 마음먹은 게 가장 힘들었던 거 같아요.”

6월 광주 공연을 앞두고 그는 솔직히 마음이 편치는 않다. “장난 아니게 부담스럽죠. 직접 이해 당사자가 와서 ‘네가 그때 광주를 알아?’ ‘내 자식이, 남편이 그곳에서 죽었는데 네가 그런걸 알아?’라고 따져 물으면 할 말이 없는 거죠.” 스스로 ‘명랑 신파’로 규정해온 작품을 광주 시민들이 어떻게 봐줄지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해마다 작업을 해오면서 ‘이거는 너무 장난치는 거 아냐’, ‘이거 지금 말이 되는 거야’ 하는 불안을 가지고 배우, 스태프와 검증작업을 벌였는데요. 하고 나서 보니까 괜찮더라는 거죠.” 자신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그가 용기있는 연출가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웬걸. 제작진은 “관객이나 배우보다 많이 울기로 유명하다”며 그를 ‘울보’로 낙인찍었다.

눈물의 곡절을 물었다. “저는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에요. 그전에는 흐느끼다가 이번에는 아예 꺼이꺼이 소리내 울었어요. 연극이 더 슬퍼진 것 때문이지요. 저는 최루 연출가인가 봐요.”

그렇다면 이번에도 이 연극을 ‘명랑 신파’라고 불러도 될까. “이번에는 명랑 신파, 명랑 통속극 이런 개념보다 대중극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려요. 대중극이란 말은 광주항쟁에 대해 가해자나 피해자 편에 선 게 아니라는 거죠. 어느 한쪽 이데올로기로 몰고 가지 않는 것, 그냥 살았던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거죠.”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서울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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