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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삶과 죽음의 경계에 핀 춤꽃

등록 2014-05-01 19:23수정 2014-05-01 21:09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이미아직’
상여에 다는 인형 ‘꼭두’ 형상화
영혼과 육체의 경계 춤으로 표현
남성 춤꾼 지독한 춤사위 ‘압권’
기괴하다. 여성 춤꾼이 네발짐승처럼 걷는다. 활처럼 휜 몸. 목이 떨어져 나온 듯, 몸과 따로 논다. 춤꾼들이 일제히 지상과 허공 사이를 통통 튄다. 관절인형처럼 팔과 다리의 동작이 ‘스타카토’로 끊어질 듯하다가 다시 이어진다. 상여에 다는 나무인형 ‘꼭두’를 형상화한 것이다. 꼭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영혼을 옮기는 매개체다.

시인 함민복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다. 여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춤의 꽃이 핀다. ‘이미’ 몸은 죽었으되 ‘아직’ 영혼은 떠나지 못한 경계의 세계를 그린 현대무용 <이미아직>(사진)이 5월15~18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현대무용단은 공연에 앞서 지난달 29일 안애순 예술감독의 신작 <이미아직>의 리허설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춤판은 지독하다. 죽을 때까지 춤추기다. 기진맥진. 온통 맥박뿐인 허공. 요기를 품은 허공에 거친 숨결이 매달린다.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저러할까? 춤꾼이 토해낸 숨소리가 오랫동안 ‘에코’로 남는다. 몸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죽음 직후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보는 동양적 세계관과 샤머니즘을 바탕으로 영혼과 육체, 환상과 실재 등의 경계성을 경쾌한 몸짓으로 표현한다. ‘꼭두’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에는 죽은 자의 넋을 받는 종이인형인 ‘넋전’도 등장한다. 한국장례문화의 다양한 도구들은 이 춤판을 한국적 미학으로 이끄는 수단이다.

춤판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남성 춤꾼이 일어섰다가 픽! 고목처럼 쓰러진다. 안간힘을 쓰던 팔에는 푸른 힘줄이 툭 불거진다. 살아 있되 살아있지 않은 상태, 곧 좀비다. 춤꾼들이 어슬렁거린다. 상여를 매고 가는 모습이다. 넋전이 ‘삐라’처럼 뿌려진다. 춤꾼들은 신기 오른 무당처럼 넋전을 하늘로 곧추세운다. 무당 무(巫)자는 사람(人)이 춤을 추어 땅(-)과 하늘(-)을 연결(ㅣ)한다는 상형문자. 춤꾼은 무당처럼 땅(삶)과 하늘(죽음) 사이를 위태롭게 버티고 있다.

안애순 감독은 “무당들이 뱉어내는 그냥 생리적인 기침이나 가래 같은 여러 행위를 그대로 끌어오려고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죽음은 늘 삶과 함께 있는 것이고 그런 환각, 황홀, 몽롱함이 몸을 버리고 떠나면서 가지고 가는 어떤 경계의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작품 전체적으로 샤먼의 느낌이 있어서 특히 남자씬의 경우, 몸이 가지는 극대화된 에너지를 정말 모두 소비해버리는 과정을 보여주려 했다.”

이날 리허설에서 또하나 인상적인 것은 전통가곡을 부르는 박민희였다. 그가 무대를 천천히 걸어가면서 부르는 노래는 한 걸음 한 걸음 춤이 되었다. 미술 주재환, 음악 이태원, 조명 에릭 워츠 등 국내외 정상급 예술가들과의 협업도 눈여겨 볼 만하다. 3만~5만원. (02)3472-1421.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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