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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야동 순재’와 ‘국민 엄마’…‘부부’로 돌아왔다

등록 2014-05-01 19:38수정 2014-05-02 11:04

‘꽃할배’ 이순재와 ‘국민 어머니’ 고두심이 연극 <사랑별곡>에서 부부 연기로 호흡을 맞춘다. 지난달 27일 연습실에서 만난 이순재는 70~80대 동년배 노인들의 복지문제를 강조했고, 고두심은 50~60대 ‘낀 세대’의 삶을 털어봤다.  연극열전 제공
‘꽃할배’ 이순재와 ‘국민 어머니’ 고두심이 연극 <사랑별곡>에서 부부 연기로 호흡을 맞춘다. 지난달 27일 연습실에서 만난 이순재는 70~80대 동년배 노인들의 복지문제를 강조했고, 고두심은 50~60대 ‘낀 세대’의 삶을 털어봤다. 연극열전 제공
[문화‘랑’] ‘사랑별곡’의 부부 이순재·고두심씨
“너도 있고 나도 있는 ‘요즘 엄마들’ 보기 좋아요.” 오랜 세월, 드라마에서 아버지로, 어머니로 살아온 이순재와 고두심. 연극 <사랑별곡>을 통해 수십년 연기생활에서 처음 부부 역을 맡은 두 사람을 만나 우리 시대 가족의 의미와 나이듦에 대해 물었다.
내년 팔순을 앞뒀지만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는 ‘꽃할배’ 이순재. 방송3사 연기대상을 모두 거머쥔 ‘국민 어머니’ 고두심. 뚜렷한 존재감을 지닌 두 사람이 한자리에 앉았다. 이순재는 노인복지에 대해 묻자 ‘할배’답게 소신발언을 했다. “사별한 노인들에게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윗세대와 아랫세대 사이에 ‘낀 세대’인 고두심에게는 50~60대의 삶에 대해 물었다. 뜻밖에 “위를 올려보기도 하고 아래를 내려보기도 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하다는 긍정적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장충동 연습실에서 이순재와 고두심을 만났다. 수많은 작품에서 아버지로, 어머니로 살아온 두 사람에게 우리시대 가족의 의미와 나이듦에 대해 들었다. 마침 가정의 달 5월 아닌가.

두 사람은 2일부터 8월3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사랑별곡>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고두심은 이 작품에서 남편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죽는 순간까지 첫사랑 김씨를 마음에 품고 있는 노년의 순자 역을 맡았다. 이순재는 순자의 속을 썩였지만 그녀의 죽음 앞에서 비로소 용서를 비는 남편 박씨 역으로 나온다.

평생 희생 속 첫사랑 간직한 아내
아내 죽음 앞에서 용서 비는 남편
연극무대서 첫 부부연기로 입맞춰

‘꽃할배’ 이순재
“홀로된 노인들도 이성친구 있어야”
‘국민엄마’ 고두심
“50~60대는 위·아래 다 있어 행복”

이순재와 고두심이 작품을 같이한 것은 1995년 한국방송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였다. 이번처럼 부부가 아닌 시아버지와 며느리 관계였다. 그 이전에는 두 사람은 아예 만나지도 못했다. “난 티비시고 고두심씨는 엠비시니까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이순재) “그때는 전속 개념이어서 다른 방송에는 못 나갔으니까요.”(고두심)

<사랑별곡>에서 순자 역을 맡은 고두심은 강인하면서도 때로는 연약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나온다. 그에게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에 대해 물었다. “윗대 어머니들은 뭐든 헌신했죠. 모든 점이 당신은 없는 거예요. 너만 있고 너희들만 있고 본인인 당신은 없었던 시절. 지금 엄마들은 나도 있고 너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는 달라진 어머니들의 모습이 아주 긍정적이라고 봤다.

제주에서 태어나 1970년대 탤런트로 데뷔한 그가 보는 50~60대 동년배가 살았던 인생은 뭘까. “윗세대를 잘 모셨으면서도, 아랫세대에게는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낀 세대’죠. 하지만 위를 올려보기도 하고 아래를 내려보기도 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해요. 물론 건강이 따라 준다는 전제라면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때론 가족이나 친지들을 위해 포기해왔던 그들 세대의 따뜻한 시선을 숨길 수 없다.

극중에서 순자가 들고나오는 우산은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순자의 캐릭터에 몰입중인 고두심이 우산의 의미를 놓칠 리 없다. “내가 평생을 장바닥에 앉아 장사를 해요. 농사지은 푸성귀를 가지고 나와 땡볕에 앉아 일을 하니까, 검정 우산은 그늘을 상징해요. 남편의 그늘이라든지 좀 쉬고 싶은 그늘이라든지 여자로서의 어떤 그늘을 얘기하는 거지요. 하얀 우산은 옛날에 먼저 간 첫사랑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곧 우산은 순자에게 기대고 싶은 그늘이고,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다.

고두심이 ‘국민 어머니’라면, 이순재는 ‘대발이 아버지’로 기억되듯 아버지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가 생각하는 아버지 상을 묻자 대뜸 “아버지는 무슨. 이제 할아버지로 물러앉았는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순재는 일제강점기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해방된 조국과 한국전쟁, 60~70년대 산업화, 80년대 민주화시대를 모두 겪었다. 그들 세대는 갖은 고생을 다해 나라의 기틀을 다졌지만 ‘폐지 줍는 노인’으로 대표되는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그는 배우로서 잠시도 쉬지 않는 삶을 살았지만, 그와 달리 고단하고 궁핍한 삶을 살았던 70~80대 동년배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궁금했다.

“가난한 노인 문제가 정말 심각해요. 이런 게 다 표로 연결되기도 하고. 국가가 나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가장 크고, 그다음으로는 자기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것도 있어요.” 내친김에 혼자 된 노인들이 ‘서로 사귀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배우자와 사별한 노인들에게는 지자체나 시민단체에서 나서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줘야 해요. 옛날에는 ‘아유 미쳤어’ 했겠지만 나무랄 일이 아니지요. 파고다공원 노인들에게는 성병에 안 걸리게 건강검진도 해주어야 해요.” 요즘 시끄러운 기초연금뿐 아니라 이런 게 다 노인복지라는 얘기다.

사실 이순재는 요즘 <꽃보다 할배>로 유명하다. 해외촬영중에 재밌는 일화를 소개해달라고 졸랐다. “막말로 해서 서양에 가서 여자나 한번 사귀어 봐, 뭐 이런 것은 없고.(웃음) 전세계 곳곳에 우리 젊은이들이 많이 나가 있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어떤 예쁜 아가씨가 인사를 해요. 혼자 두 달째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 보니까 우리 때와 달리 상당히 진취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외 특별한 건 정말 없다니까.”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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