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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트스타코리아, 미술권력자의 ‘엉뚱한 교감’

등록 2014-05-13 19:17수정 2014-05-21 17:56

노형석 기자
노형석 기자
울림과 스밈
김홍희(66) 서울시립미술관 관장과 김선정(49) 광주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예술감독은 국내 미술계의 핵심권력으로 꼽히는 기획자들이다. 막역한 사이인 두 사람은 모두 2000년대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기획자와 광주비엔날레 전시감독을 지냈다. 9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을 움직인 숱한 국내외 기획전을 만들며 막강 인맥을 쌓은 주역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미술판을 잘 알고, 이제 공공미술제도의 중심에 입성한 두 기획자는 요즘 미술계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케이블채널 스토리온의 미술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트스타코리아>(이하 아스코) 제작에 앞장서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공적 권위와 힘을 프로그램 장사에 몰아준다는 비판이 적지않다.

스토리온은 18개 케이블 채널과 위성방송 등을 거느린 씨제이(CJ) E&M의 계열사다. <아스코>는 2~3일의 한정된 시간에 ‘금기’ ‘철원 민통선 지역의 공공예술’ 등 한정된 주제를 미션으로 하달한다. 작가들을 특정 공간에 몰아넣고 작업을 경쟁시키고 일거수 일투족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쇼다. 3월30일 15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1회분 방영을 시작해 6부까지 내보낸 상태다.

1월초 공직인 문화정보원 예술감독을 맡은 김선정씨는 비슷한 시기 녹화된 5회 방영분에서 자신이 이전에 기획했던 철원민통선 프로젝트 현장으로 작가들을 불러 홍보성 현장 소개를 겸한 멘토 역할을 해줬다. 김홍희 관장은 최종 경쟁자 3명의 전시를 서울시립미술관에 차려주고, 우승자를 뽑는 과정도 미술관에서 찍기로 씨제이 쪽과 약정을 맺었다. 프로그램 틀을 미술관 자체 기획에 녹여넣었다는 설명이었다. 미술의 대중적 저변 확대, 현대미술가들의 작업과정을 대중과 교감하고 싶다는 게 두 사람의 말이었지만, 궁색하게 들렸다. 시청률과 마케팅에 목매는 방송이벤트에 시민과 국가가 부여한 공직의 권위, 권위가 작동되는 장소를 자의적으로 내어준 것이기 때문이다.

<아스코>는 매회마다 작가의 가치를 2~3일만의 작업으로 평가한다. 작업은 선정적 소재와 순발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탈락자를 고르는 심사위원들의 역량과 권위, 잣대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시청률은 1%도 안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방송사쪽은 매회 경품을 내건 우승자 맞추기, 댓글 이벤트와 함께 후원기업 상품도 노출한다. 두 미술권력자의 관여는 심사의 부실한 권위와 상업성의 간극을 메꾸는 보완재처럼 비친다. 아스코 홈페이지는 김선정씨의 공직 직함과 대형 사진이 멘토 소개란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김홍희 관장은 “연예, 유흥 등과 가까와진 최근 미술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미술관을 널리 홍보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아스코>는 미술계 논란 외에는 대중적 관심을 끌지 못했다. 관장 취임 이래 상업 대관전을 하지 않겠다던 그의 발언과, 미술관 시각으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아트쇼의 출연 작가작품을 마냥 전시해주는 ‘이상한 성의’는 분명 모순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아스코> 들러리 논란’은 공공성을 상실해가는 미술계의 징표로 읽힌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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