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작가의 판화
뼈처럼 깔깔한 선으로 가지를 펼치며 홀로 선 겨울 나무. 목판에 새긴 일필휘지의 칼맛으로 삶의 기운을 이어갔던 작가 이상국(1949~2014)에게 봄과 겨울의 나무는 마음 친근한 작업 대상이자 재료였다.
3월 세상을 떠난 고인의 유작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관훈동 나무화랑에 글씨 쓰듯 강단있게 새기고 그린 고인의 나무 판화들이 내걸렸다. 추상과 구상, 현실과 이상, 글씨와 그림 등 대비되는 요소들의 경계 사이에서, ‘무당이 칼 타듯’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그만의 판화 세계를 모색했던 흔적들이다.
작가는 80년대 참여미술운동에 가담해 ‘맹인부부가수’, ‘어머니’ 등의 수작을 만들었고, 작고할 때까지 수십여년간 자신이 살아온 서울 서북부 서민들 풍경을 담은 판화와 그림들을 그려왔다. 전시장에는 2007년 암 판정을 받은 작가가 병마와 싸우며 그린 ‘봄나무(2014)’ 등의 나무 판화들과 소품 ‘공장지대(1979)’ 등 12점이 나왔다. 20일까지. (02)722-7760.
노형석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