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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백남준의 스승, ‘시민불복종’을 묻다

등록 2014-05-20 19:07수정 2014-05-20 20:29

국내 처음 선보이는 존 케이지의 설치작업 ‘시민 불복종의 의무에 대하여’. 아트센터 숨 제공
국내 처음 선보이는 존 케이지의 설치작업 ‘시민 불복종의 의무에 대하여’. 아트센터 숨 제공
존 케이지 ‘침묵은 움직임이다’ 전

전위음악가의 기념비적 설치작업
‘시민 불복종의…’ 국내 첫 전시
사상가 데이비드 소로의 글
스피커로 들려주면 관객 재해석
거장 백남준(1932~2008)이 평생 흠모한 스승인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1912~1992)는 일상의 모든 소리가 다 예술이 된다고 생각했다. 마르셀 뒤샹이 소변기를 들고 외쳤던 “모든 사물은 다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명제를 소리로 확장시킨 것이다. 1952년 피아노 앞에서 4분33초 동안 침묵하는 연주곡 ‘4분33’초를 발표한 사건은 화음과 선율에 갇힌 음악의 개념을 허물어뜨린 소리예술의 혁명이었고, 현대음악과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87년 말년의 케이지가 독일의 미술제 카셀도큐멘타에서 선보였던 기념비적 설치작업 ‘시민 불복종의 의무에 대하여-에세이를 두루 쓰기’가 처음 국내에 선보인다. 23일부터 서울 서초동 아트클럽 1563에서 열리는 한국-독일 교류전 ‘침묵은 움직임이다(Silence is Movement)’가 그 무대다. 여기에 간디의 평화운동과 60년대 서구 반체제운동의 정신적 지침이 됐던 19세기 미국 사상가 데이비드 소로의 강연집 <시민불북종>의 인용 글귀들을 낭송해 들려주는 스피커, 조명등, 의자로 꾸려진 설치작품이 들어선다. 이지윤 큐레이터와 독일의 저명한 기획자·미술사가인 볼프 헤르조겐라트가 합심해 브레멘 쿤스트할레 미술관에 영구 전시된 원작 에디션을 국내로 들여왔다.

백남준과 함께한 존 케이지(1972년). 아트센터 숨 제공
백남준과 함께한 존 케이지(1972년). 아트센터 숨 제공
“관객이 완성하는 작품이에요. 국가 폭압에 대한 저항을 역설한 소로의 텍스트에 강요당하지 않고 관객 스스로 자율성을 갖고 다시 읽게하려는 거죠. 관객 교감을 통한 예술의 완성을 추구했던 케이지 특유의 혁신적 사고를 실감할 수 있어요.”

이지윤 큐레이터의 설명처럼 관객은 전시장에서 36개의 스피커, 24개의 조명등, 그리고 6개의 의자를 만나며 소로의 글을 색다르게 듣는 체험을 하게 된다. 스피커에서는 ‘가장 좋은 정부는 거의 다스리지 않는 정부’ 같은 <시민불복종>의 인용문들이 울려 퍼진다. 케이지가 원본의 글을 18번 베껴써 옮긴 글귀들은 낭송시간에 맞춰 늘려지거나 압축된다. 낭송자들은 빠르게 혹은 느리게 읊거나, 일부 단어, 문장만 빼서 읽기도 한다. 스피커 주위로 프로그래밍된 조명이 깜빡거리는 가운데, 관객들은 의자를 옮겨다니며, 분절된 소로의 글귀들을 나름의 생각으로 독해하게 된다. 우연한 과정들 속에서 소로의 글이 점점 다른 이의 생각과 목소리로 바뀌는 셈이다. 기획자 헤르조겐라트는 이를 ‘두루쓰기’(Writing through)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2년여 준비 끝에 이뤄진 전시에는 독일 현대 작가 크리스티안 하케, 호어스트 뮐러, 마리케 하인즈 혹과 한국작가 권순학, 천경우, 천영미씨가 케이지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도 함께 나온다. 22일 오후 7시30분 참여 작가들의 대화가 마련된다. 7월30일까지. (02)585-5022.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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