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여성이 샌드위치를 먹을 때 2층 남성은 침대에 누워 있다. 도이체스 테아터의 연극 <도둑들>은 이웃에서 일어나는 일상사를 통해 소통 부재의 사회를 되새김질한다. 엘지아트센터 제공
브레히트 계승 ‘도이체스 테아터’
6일까지 현대극 ‘도둑들’ 무대에
1층 2층 구분된 6.5m높이 바퀴
12명 군상 삶의 편린 시시콜콜
6일까지 현대극 ‘도둑들’ 무대에
1층 2층 구분된 6.5m높이 바퀴
12명 군상 삶의 편린 시시콜콜
서사극의 주창자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1920년대 베를린에서 극단 ‘도이체스 테아터’의 연극고문을 맡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다. 그는 통렬한 사회풍자극〈서푼짜리 오페라>,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 등으로 이름 높은 극작가이자 연출가 겸 시인이다. 1930년대 나치 정권의 폭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브레히트는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을 피해 1949년 옛 동독지역 베를린으로 돌아온다. 그는 그해부터 1954년까지 다시 도이체스 테아터에서 활동한다. 이 시기 브레히트 전문극단 ‘베를리너 앙상블’이 창단되기도 한다. 131년 전통의 도이체스 테아터는 독일뿐 아니라 세계적 명성을 가진 연극제작 극장이다. 해마다 특정 주제를 선정해 고전·현대극을 아울러 80여편을 올려 현대연극의 담론을 확장해오고 있다.
브레히트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독일연극의 자존심’ 도이체스 테아터가 4~6일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연극 <도둑들>을 무대에 올린다. 연극은 묻는다. 당신의 인생은 장밋빛인가요, 아니면 하루하루 불안한 삶의 연속인가요? 당신은 과연 당신 삶의 주인인가요? 이런 퍼즐처럼 조각난 질문을 한 꿰미로 묶어내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연극 <도둑들>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아요. 마치 죽은 것처럼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 말이에요. 마치 스스로 소유할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마치 그 안에 머물 권리가 없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그리고 소심하게 살아가는, 삶을 도난당한 사람들이요.”
무대에는 6.5m 높이의 바퀴가 있다. 바퀴의 날로 구분된 1층과 2층에는 12명의 인물이 연속해 등장한다. 베를린이나 함부르크 같은 대도시 변두리에 사는 이들은 37개 장면마다 둘씩 셋씩 짝을 지어 등장해 우리 옆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삶의 편린들을 시시콜콜하게 보여준다. 세계화와 자본으로 인한 양극화의 시대, 사회적 편견과 소통 부재의 사회를 자화상 들여다보듯 그려낸 이 작품은 현대를 사는 관객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2010년 도이체스 테아터가 만든 <도둑들>은 한해 독일어권 작품 가운데 10편을 엄선해 공연하는 베를린 연극제에서 극찬을 받았다. 독일 문학계와 연극계 주요 상들을 휩쓴 데아 로어가 대본을 쓰고, 탁월한 작품 해석으로 정평이 난 안드레아스 크리겐부르크가 연출을 맡았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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