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상 시에서 착안한 ‘한반도 오감도’…남북 건축 모두 전시

등록 2014-06-08 20:37수정 2014-06-08 22:12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자르디니 공원 안에 있는 한국관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전시관의 구조도 눈길을 끌었다.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자르디니 공원 안에 있는 한국관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전시관의 구조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관 가보니
2년마다 세계 건축의 중심지가 되는 곳, 지난 7일 정오(현지시각)부터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이 열리는 자르디니아 공원 안에 갑자기 “코리아”란 단어가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이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한국관은 순식간에 방문객들로 붐볐다. 전시장을 찾은 이들은 한국과 북한에 대한 다양한 건축 자료들과 영상, 그림들을 보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두 나라의 도시와 건축을 어떻게 바꿨는지, 이를 통해 지난 100년 역사와 건축이란 무엇인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 자체와 역사를 돌아보자는 이번 비엔날레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전시관이라는 평가다.

세계 최고 권위 건축전서 쾌거
‘건축과 역사’ 주제에 가장 부합

개발드라이브 상징 세운상가 모형
김일성광장 등 북 사진 눈길 끌어
100년에 걸친 남북건축 조감 호평

한국관에 전시된 크리스 마커의 <북녘 사람들. 무제 #16>(1957)
한국관에 전시된 크리스 마커의 <북녘 사람들. 무제 #16>(1957)

■ 전시장 통념 깬 한국관-무겁고 거대한 주제를 부드럽게 담다

실제 건물을 보여줄 수 없는 건축이란 장르의 특성에 더해 올해 건축 비엔날레가 건축의 역사를 다루도록 정해진만큼 한국관은 주료 자료 위주로 꾸며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 국가관들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그러모은 한국관은 전시 작가가 무려 29팀에 이르는데, 이중 외국 국적 작가가 15명으로 절반이 넘고 현재 활동중인 건축가는 물론 작고 건축가들 그리고 시인, 화가, 사진가, 영화감독, 큐레이터, 수집가까지 여러 분야를 망라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 전시관들이 전시물에 집중하게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과 정반대로 투명하게 모든 빛을 받아들이면서 마치 가정집 거실에 들어온 것처럼 편안하게 느끼도록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 중앙을 가로지르는 긴 모형. 한국 군사독재 시절의 개발 드라이브를 상징하는 서울 세운상가다. 60~80년대 한국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독재권력의 총애를 받은 인물이란 비판과 폭넓은 문화 활동으로 한국 건축의 수준을 높인 작가라는 평이 엇갈리는 고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다. 기차처럼 상가 건물이 이어지는 모형이 끝나는 곳엔 북한 건축을 엿볼 수 있는 영상물이 부채꼴로 펼쳐진다.

그 옆에는 건축가의 환상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건축가 문훈의 묘한 그림들이 벽을 덮었고, 반대편에는 역시 그림들로 가득찬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방 안에는 평소 접하기 힘든 북한 그림들이 가득하다. 모두 건축과 관련된 것들로 지동석 화가가 그린 수묵화 <5.1 경기장 건설>(1988) 등 북한 특유의 체제 홍보용 그림들과 북한 건축가들이 상상한 실험적인 건축물 가상도들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시선을 잡아당기는 것은 역시 두 나라의 현실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진 자료들이다. 안세권 작가가 청계천 복원 당시 고가를 뜯어낸 현장을 찍은 사진은 끊임없이 변하는 서울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묘한 처연함을 느끼게 하고, 필립 모이저가 찍은 평양 김일성 광장의 모습은 독재 정치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지동석의 수묵화 <5.1 경기장 건설>(1988). 베네치아/구본준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지동석의 수묵화 <5.1 경기장 건설>(1988). 베네치아/구본준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철저하게 단절된 남북한 건축, 그 사이를 잇는 외국 문화인들에 주목하다

한국관의 전체 주제는 ‘한반도 오감도’. 새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그림을 뜻하는 ‘조감도’를 비틀어 <오감도>란 시를 쓴 이상에서 착안, 한반도 전체 차원에서 1914년에서 2014년에 이르는 시기 남북한 건축을 내려다본다. 이 대주제 아래 전시장은 다시 네가지 소주제로 구성됐다. 남북한 모두 한국전쟁 이후 초토화된 국토를 다시 일구던 재건기를 조명하는 ‘삶의 재건’, 서로 경쟁하면서 자기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주려했던 기념비적 건축과 도시계획을 짚은 ‘모뉴멘트’, 군사분계선으로 상징되는 ‘경계’, 이상주의적 사회 건설을 주창하며 이를 알리는 다양한 이미지를 만든 북한 특유의 상황을 엿보는 ‘유토피안 투어’ 등이다. 이중 특히 ‘유토피안 투어’ 섹션은 중국에 고려그룹을 만들어 20년 넘게 북한과 관련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북한 건축가와 예술가들에게 커미션 작품을 의뢰해 제작해온 닉 보너의 소장품과 주문 제작품들을 주로 모았다. 이번 베네치아 비엔날레 전시를 위해 <건축가의 하루>라는 만화를 의뢰해 만들기도 했다. 글 없이 북한 느낌이 물씬 나는 그림만으로 전개되는 짧은 만화인데, 전시장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전시 큐레이터인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특수한 남북 관계 속에서 북한과 우리 자신을 연구한 이들이 실로 적은데, 외국에서 우리를 진지하게 주목하거나 연구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하고, “우리가 너무 정치적 변화에 민감하다보니 쏠림 현상이 심했던 것이 사실인만큼 이번 한국관 전시가 이제 우리 문제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네치아/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