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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무대미술 자체가 또 하나의 연극

등록 2014-06-19 19:02수정 2014-06-19 20:31

천재화가 이중섭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에서는 배우들이 이중섭의 그림에서 따온 새, 물고기, 게 등의 오브제를 들고 연기한다. 명동예술극장 제공
천재화가 이중섭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 <길 떠나는 가족>에서는 배우들이 이중섭의 그림에서 따온 새, 물고기, 게 등의 오브제를 들고 연기한다. 명동예술극장 제공
이중섭 삶 그린 ‘길 떠나는 가족’
이영란 미술감독 이색무대 설치
작품 속 소·꽃·물고기가 움직여
무대를 텅 비웠다. 모든 장치들이 사라졌다. 소와 아이들, 꽃과 게, 물고기가 텅 빈 공간을 채운다. 무대는 캔버스다. 꽃과 나무들은 캔버스 위의 그림이다. 모두 이중섭의 그림 속에서 뛰쳐나왔다. 천재화가 이중섭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 <길 떠나는 가족>(김의경 작, 이윤택 연출)이 오는 24일 2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1991년 초연 당시 무대미술을 맡았던 이영란(사진) 미술감독이 다시 참여해, 다양한 오브제로 연극을 또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만든다.

그림 밖으로 뛰쳐나온 꽃과 소, 물고기는 무대 위를 활보한다. 배우들이 오브제를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고정된 무대보다 훨씬 생동감이 넘치는 건 당연하다. 오브제는 물체라는 뜻으로, 물체가 갖는 일상적인 기능을 넘어 의외성을 끌어낼 때 쓰는 표현이다. 실제 이 연극에서 산이던 오브제를 뒤로 돌리면 소로 변한다. 그는 이런 오브제의 특성을 ‘상징, 변화, 이동’이라고 말한다.

이영란 미술감독
이영란 미술감독
<길 떠나는 가족>에서 이영란은 오브제 작업을 어떻게 했을까? “첫번째로 산. 첩첩산중은 우리나라의 상징인데, 산은 소가 누운 형상처럼 보이도록 작업했다. 이것도 이중섭의 그림에서 나왔다. 둘째로 물고기, 새, 나무, 꽃 같은 자연물. 종이가 없어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그림에서 따왔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이중섭이 꿈꾸었던 동화 또는 동심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그 다음으로 펌프, 리어카 등 인공물체. 과거라는 느낌을 주도록 페인트 대신 목탄으로 그렸다. 또 목각과 뜨개질, 바느질을 통해 다양한 질감을 살렸다.”

오브제 작업은 이중섭의 일대기와도 밀접하다. 오브제를 통해 이중섭 내면의 예술세계가 바깥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영란은 “이중섭이 거의 미쳐있던 시기, 여관 문 옆에 이중섭의 환상처럼 노루가 뛰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또 포장마차에는 빨간 꽃을 그려 넣었다. 다 흑백인데 그것만 컬러다. 이중섭의 머릿속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결국 오브제가 스토리 라인 속에 있는 거다.”

이윤택 연출은 이영란의 작업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 “우리나라 무대미술이 발전을 못 하는 이유가 작화나 스케치보다는 구조만 가지고 무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영란씨는 설치미술가, 행위미술가다. 직접 무대 속으로 들어오니까, 장면들이 아주 구체적이고 예술적으로 변한다.” 그는 “이렇게 본격적인 오브제 작업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었다. 고정된 무대의 틀을 벗어나, 배우와 오브제가 같이 논다. 연극성이 더 강화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길 떠나는 가족>은 1991년 초연 당시 이윤택의 감각적 연출과 배우들의 좋은 연기, 그리고 이영란 미술감독의 오브제가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서울연극제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이중섭 역에는 그를 닮은 배우 지현준이 출연한다. 7월13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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