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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권진원·한충완·강은일 합작앨범 ‘만남’

등록 2014-06-19 19:06수정 2014-06-19 20:34

권진원·한충완·강은일이 최근 발표한 프로젝트 음반 <만남>
권진원·한충완·강은일이 최근 발표한 프로젝트 음반 <만남>
가요·재즈·국악 결합 8곡 담아
선비들 글 읽으며 악상 떠올려
강호의 고수 셋이 만났다. 무협지의 법칙을 따른다면 일합을 겨뤘을 테지만, 세 고수는 기를 모아 세상에 없던 합작품을 빚어냈다. 가요·재즈·국악계에서 각기 독보적 영역을 구축해온 음악인 권진원·한충완·강은일이 최근 발표한 프로젝트 음반 <만남>(사진)이다.

‘살다 보면’,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등 히트곡을 내고 가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아트팝을 추구해온 권진원, 미국 버클리음대 유학 1세대 재즈 피아니스트 한충완, 한국을 대표하는 해금 연주자 강은일. 셋은 같은 서울예술대 교수라는 인연으로 만났다. 강은일은 최근 단국대로 옮겼다.

프로젝트는 권진원으로부터 비롯됐다. 2008년 봄, 여행하다 들른 경북 영주 소수서원에서 그는 마치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간 것 같았다고 했다. 그곳에서 생활했을 선비들의 체취와 숨결이 생생히 살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뒤 뭔가에 홀린 듯 이황, 이이, 정약용 등 옛 선비들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글을 읽으니 악상이 떠올랐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곡 작업에 들어갔다. 완성된 8곡을 추리고는 한충완과 강은일에게 음반 작업을 제안했다. 흔쾌히 수락했다.

셋은 영감을 얻기 위해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을 답사하기도 했다. 선비들의 글과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연주, 깊은 사유와 여백의 미가 스민 연주를 추구했다. 피아노·해금·보컬을 기본으로 최대한 단촐하게 편곡한 이유다. 그 결과 채움보다 비우고 덜어냄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 됐다.

8곡 중 노래가 들어간 곡은 2곡뿐이다. 타이틀곡 ‘달빛’은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쓴 ‘추야’를 개사해 부른 것이다. 기약 없는 가족과의 이별과 슬픔이 담겨있다. 마지막곡 ‘순환’은 음악 코드의 순환을 통해 계절·인생·역사의 순환을 표현한 곡이다. 순환의 시작을 봄이 아니라 가을로 삼은 점이 이채롭다.

나머지 6곡은 연주곡이다. 퇴계 이황의 시 ‘도산월야영매’를 연주곡으로 만든 ‘봄밤의 매화’, 역시 이황의 시 ‘영송’을 연주곡으로 만든 ‘소나무처럼’, 정약용의 시 ‘백운’을 선율화한 ‘흰구름’, 같은 제목의 율곡 이이의 시를 악보로 옮긴 ‘산중’ 등이 담겼다. 권진원이 직접 선비의 마음이 되어 자작시를 짓고 이를 바탕으로 음악을 만든 ‘벗을 마중하러 가는 길’도 있다.

음반 제목 <만남>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세 음악 명인의 만남, 과거와 현재의 만남, 옛글과 음악의 만남, 서로 다른 음악 장르의 만남…. 뭐든 어떠랴. 삶은 수많은 만남의 연속이고 거기서 우리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 음반과의 만남도 분명 그러하리라.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제이엔에이치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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