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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어머, 묘한 언니들의 ‘돌직구 음악’

등록 2014-07-01 19:04수정 2014-07-01 22:52

미미시스터즈. 사진 프럼찰리레이블 제공
미미시스터즈. 사진 프럼찰리레이블 제공
2집으로 돌아온 미미시스터즈

‘장기하와 얼굴들’ 가면 벗고
화끈한 연애담에 본색 담아
10곡 전곡 스스로 작사·작곡
통통 튀면서도 편안한 선율
이름도 나이도 밝히지 않았다. 그저 ‘큰 미미’, ‘작은 미미’라고만 했다. 이것만 해도 인심 쓴 거란다. “강력범도 기사에서 성과 나이는 밝히는데…”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양보한 것이 큰 미미, 작은 미미의 구분이다. 이전에는 ‘미미시스터즈’로 뭉뚱그려 자신들을 소개했다. 아니, 스스로 소개한 적도 없다. 아예 말 한 마디 안 했으니까.

미미시스터즈를 소개하는 건 장기하의 몫이었다. 2008년 인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클럽 공연에 우연히 코러스와 백댄서로 참여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 아예 정식 멤버로 들어갔다. 2009년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별일 없이 산다>가 큰 화제를 모은 데는 미미시스터즈의 공도 컸다. 가발과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정색하고 기묘한 춤과 코러스에만 몰두하는 미미시스터즈는 호기심을 자아냈다.

1집 활동을 마무리할 즈음, 장기하는 미미시스터즈에게 “발전적 헤어짐”을 제안했다. 그는 “퍼포먼스를 걷어내고 음악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받아들인 미미시스터즈는 자신들만의 앨범 준비에 들어갔다. 2011년 1집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 거야>를 발표했다. 1970년대 가요의 충실한 재현에 무게를 둔 앨범이었다.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첫 앨범이었지만, 정작 미미시스터즈의 색깔이 없다는 평을 들어야 했다. 앨범을 지배한 건 프로듀싱을 맡은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와 피처링으로 참여한 김창완, 로다운 30, 크라잉넛, 서울전자음악단 등 기라성 같은 선배 음악인들이었다. 미미시스터즈의 독립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미미시스터즈가 2집 <어머, 사람 잘못 보셨어요>를 들고 돌아왔다. 앨범 제목부터 결기가 느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는 미미시스터즈가 확실하게 보인다. 수록된 10곡을 거의 온전히 스스로 작사·작곡했다. 한영애, 이상은, 가을방학 등의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영화음악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병훈 프로듀서를 만나 음악적 변화를 꾀했다. 복고적 감성을 현대화하고 미미시스터즈만의 색깔로 재해석했다.

최근 만난 미미시스터즈는 “만들어진 캐릭터를 벗고 우리의 진짜 이야기를 꺼내보자고 해서 만든 게 이번 앨범”이라고 했다. 그들은 가발과 짙은 화장도 벗었다. 다만 선글라스만은 고수하고 있었다. “우린 눈이 예뻐요. 하지만 이것만은 벗을 수 없어요. 선글라스 없는 미미시스터즈는 팬들에 대한 배신이죠. 그들도 미미의 ‘생얼’을 보는 걸 원치 않을 걸요?”

그들은 베일에 가린 과거도 살짝 털어놓았다. 동갑내기인 둘은 십수년 전 서울 변두리의 어느 막창집에서 옆 테이블과 합석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큰 미미는 연극 전공 학생, 작은 미미는 영화 전공 학생이었다. 각자 춤, 밴드,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여러 일을 하다가 재미 삼아 미미시스터즈를 만든 게 오늘에 이르렀다.

“장기하와 얼굴들 시절에는 독특한 캐릭터를 창작하는 게 재밌었어요. 그런데 나중엔 독이 되어 돌아왔어요. 우리 1집을 냈을 때 사람들은 음악으로 듣지 않고, 여전히 그 캐릭터로만 바라봤거든요. 그래서 이번 2집이 특히 중요했죠.”

통통 튀면서도 편안한 선율도 매력적이지만, “놀 만큼 놀아보고 알 만큼 아는 언니들이 꼬거나 돌리지 않고 돌직구로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연애 이야기를 기승전결로 담았다”는 노랫말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타이틀곡 ‘택시로 5분’은 상황극 같다. 택시가 잘 안 잡히는 서울 홍대앞 거리에서 집이 같은 방향의 남녀가 합승을 한다. “어머, 기사님, 저희 그런 사이 아니예요” 하면서도 “낭만의 밤, 낭만의 택시/ 기사님은 우릴 어디로 데려가실까/ 귀염둥이 너도 차차 알게 될 거야/ 멈출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라고 택시 안 ‘썸남썸녀’의 미묘한 상황을 노래한다. 이들은 “택시에서 라디오로 ‘택시로 5분’을 듣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미미시스터즈는 이달부터 클럽 공연을 하고, 8월1~3일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요란한 퍼포먼스 대신 직접 북을 두드리면서 노래할 거라고 한다. “우리 노래도 많이 늘었거든요. 우릴 다시 보게 될 거예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프럼찰리레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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