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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거꾸로 흐르는 ‘저류’의 슬픔 불렀다”

등록 2014-07-09 18:56수정 2014-07-09 20:45

가수 이정아.
가수 이정아.
첫 앨범 ‘언더토’ 낸 이정아
작곡과 자퇴 실용음악과 진학
앨범 준비하던중 슈스케 참가
돌아가신 아버지·한센인 얘기…
스물일곱의 기억 쓰고 부르고
“가능성 수사 넘었다” 찬사받아
이정아의 목소리는 맑고 투명하면서도 어딘지 묵직하다. 서늘하면서도 따스하다. 양면이 공존하는 우리네 삶과 같다. 그래선지도 모른다. 2011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케이3>의 톱11 본선 초반에 떨어졌지만, 그가 부른 ‘데스페라도’(이글스)의 울림을 사람들이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것은.

이정아의 첫 앨범 <언더토>가 나왔다. ‘슈스케’ 이후 거의 3년 만이니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따지고 보면 3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비올라 연주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친 그는 음대 작곡과에 입학했다. 2년을 다니고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2년을 휴학했다. 결국 부모님 몰래 자퇴하고 호원대 실용음악과에 들어갔다. 그의 나이 스물넷이었다.

새내기로 다시 시작하게 된 그해 초 씨제이문화재단의 신인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 ‘튠업’에 선정됐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음악가 정원영과의 인연은 학교에서 사제지간으로 이어졌다. 튠업 지원을 받아 앨범을 준비하던 그는 경험 삼아 슈스케에 지원했다. 예상치 못하게 본선까지 올라가니 합숙해야 한다고 해서 학교를 한 학기 만에 휴학했다. 하지만 톱7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떨어졌을 때 솔직히 시원하고 좋았어요. 더이상 합숙 안해도 되니까요.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혼자만의 시간도 없어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합숙소를 나오자마자 삼겹살, 김치찌개, 파스타, 샌드위치, 아이스크림을 한꺼번에 먹었다니까요.”

이후 다시 앨범 작업에 들어갔지만, 소속사 사정으로 순탄치 않았다. 돌아돌아 스물일곱 나이에 내게 된 첫 앨범은 그래서 더욱 각별하다. 앨범에는 ‘천재 음악가’로 평가받는 정재일이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정원영, 신연아 등 학교 스승과 박혜리, 남메아리 등 음악 동료들도 도왔다. 주변 도움을 받았다곤 해도 앨범은 온전히 이정아의 것이다. 수록곡 11곡 중 9곡의 작사·작곡을 도맡았고, 나머지 2곡도 각각 작곡과 작사를 했다. 음악 웹진 <웨이브>는 “가능성이라는 수사를 넘어서는 데뷔작”이라고 극찬했다.

첫 곡 ‘바람의 노래’는 전남 고흥군 소록도 한센인들의 얘기를 담은 노래다. 2012년 선배·동료 음악인들과 소록도로 ‘튠업 우르르 음악여행’을 갔다가 그가 곡을 쓰고 정원영이 노랫말을 붙였다. 컨트리풍의 경쾌한 타이틀곡 ‘가벼운 출발’ 등 두어 곡을 빼면, 수록곡 대부분이 차분하고 애잔하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6월’, 2011년 1월25일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뜬 아버지가 보고 싶어 집에서 피아노 치며 노래한 것을 녹음해 정식 수록곡으로 완성한 ‘125’ 같은 노래를 들으면 은근한 슬픔이 밀려든다.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나 외로움 같아요. 세상에는 사랑받으며 사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거든요. 그런 이들에게 더 관심이 가고 얘기 나누고 싶어요. 그래서 이런 노래들이 나오나 봐요.”

앨범 제목 <언더토>는 ‘저류’를 뜻한다. 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을 언뜻 보면 강물이 바다 쪽으로 계속 흐르는 것 같지만, 그 아래 낮은 곳에선 거꾸로 역류가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가 표면적으로는 시간의 흐름 따라 살아가는 것 같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 옛 기억이나 감정의 영향을 받기도 하거든요. 삶이 그런 것 같아요. 이 앨범도 그렇고요.”

그는 8월 말이나 9월 초 첫 단독공연을 할 예정이다. 또 2학기 때는 3년 만에 학교에 복학할 계획이다. 어떤 음악인이 되고 싶냐고 물었다. “천천히 차분하게 제가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음악가가 됐으면 좋겠어요.”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그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스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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