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싸이더스HQ 제공
원년멤버 12년만에 컴백 무대
신곡·히트곡 섞어 부르며
현재서 추억으로, 다시 현재로…
다음달 내내 전국 순회 콘서트
“헤어짐이 다시 있기란 불가능”
신곡·히트곡 섞어 부르며
현재서 추억으로, 다시 현재로…
다음달 내내 전국 순회 콘서트
“헤어짐이 다시 있기란 불가능”
지난 12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바로 옆 보조경기장은 온통 하늘빛으로 물결쳤다. 이곳을 가득 메운 1만4000여 관객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데도 하늘색 우비를 입고 하늘색 풍선을 흔들었다. 하늘색은 아이돌 그룹 지오디(god) 팬클럽인 ‘팬 지오디’의 상징색. 해체한 지 9년 만에 돌아온, 다섯 멤버 모두로는 12년 만에 ‘완전체’로 다시 뭉친 지오디와 뜨겁게 해후하는 자리였다.
12년 전인 2002년, 지오디의 인기는 절정이었다. 직전 해에 발표한 정규 4집 <챕터4>는 180만장 넘게 팔리며 지오디를 확고한 ‘국민그룹’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가 채 가시기 전인 그해 7월부터 펼친 ‘지오디 100일간의 휴먼콘서트’ 100회 공연을 매진시켰다. 하지만 그해 11월 발표한 정규 5집 <챕터5> 발표 이후 윤계상이 배우로 전향하기 위해 그룹을 나갔고, 4인 체제로 두 장의 앨범을 더 발표한 지오디는 2005년 말 해체하고 말았다.
지오디가 데뷔 15주년을 맞는 올해, 그들이 돌아왔다. 지난 5월 미리 공개한 신곡 ‘미운오리새끼’는 순식간에 음원차트를 휩쓸며 폭발적인 바람을 일으켰고, 이달 초 발표한 정규 8집 <챕터8>은 수록곡들을 음원차트에 줄 세우는 현상을 불러왔다. 이날 공연은 돌아온 지오디가 관객들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방송 출연 없이 공연 준비에만 몰두해온 그들이다.
12년 전 지오디 100회 공연의 사전 엠시(MC)를 맡았던 방송인 김제동이 다시 사전 엠시로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띄웠다. 역시 12년 전 지오디 100회 공연에 갔던 중고생 팬들은 대학생, 회사원, 아기 엄마가 되어 공연장을 다시 찾았다. 이날 관객의 90% 이상이 20~30대 여성들이었다. 그들 모두 마음만은 꼭 12년 전 그때로 돌아간 듯 보였다.
컴백을 축하하는 불꽃쇼로 무대의 막이 올랐다. 8집 첫 곡으로 수록된 ‘5+4+1+5=15’가 흐르기 시작했다. 데뷔곡 ‘어머님께’부터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길’, ‘편지’, ‘하늘색 풍선’까지 지오디가 지나온 길을 상징하는 6곡을 메들리로 엮은 연주곡이다. 5명에서 4명으로 됐다가, 1명씩 각자 활동하는 시기를 거쳐 다시 5명이 되는 과정, 그리고 이들 숫자를 모두 더하니 공교롭게도 데뷔 15주년을 상징하는 숫자가 됐다는 의미를 제목에 담았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돌아와줘서 고마워.” 멤버들과 팬들 사이에서 이뤄질 법한 대화가 영상 자막으로 뜨자 관객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마침내 5명의 멤버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객들은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 커다란 함성을 지르며 하늘색 풍선을 흔들어댔다. 지오디가 ‘미운오리새끼’를 부르자 관객들은 모든 소절을 따라 불렀다. 지오디의 강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에 있었다. 다른 아이돌 그룹이 화려하고 현란한 랩과 퍼포먼스로 압도하는 무대를 보여줬다면, 지오디는 보편적이면서도 유려한 멜로디, 심지어 랩마저도 따라 하기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구사해 온 국민의 노래방 애창곡을 차지했다. ‘국민그룹’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강점은 신곡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운오리새끼’는 예전 히트곡 ‘길’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시간의 장벽을 허물었다.
지오디는 신곡과 예전 히트곡들을 섞어 부르며 팬들을 과거로 데리고 갔다가 현재로 되돌렸다 하는 마법을 부렸다. 그래도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한국 나이로 46살이 된 박준형은 ‘관찰’에서 바닥에 엎드린 채 탄력을 이용해 앞으로 전진하는 춤을 잠깐 선보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내 헉헉거리며 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데뷔 당시 스무살의 풋풋하고 날렵한 막내였던 김태우는 이제 몸이 불어 예전의 역동적인 동작을 소화할 수 없어 안무를 바꿔야 했다는 고백을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하지만 팬들은 이마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더 즐거워했다. 가수와 팬이 함께 나이 들어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곡 ‘촛불 하나’에 이어 앙코르 곡 ‘하늘색 풍선’을 불렀다. 지금껏 기다려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뜻하는 노래다. 앙코르 마지막 곡은 ‘보통날’이었다. 이 곡은 윤계상이 빠진 뒤 발표한 6집 타이틀곡이었다. 이번에 윤계상이 다시 합류하면서 그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을 추가해 8집에 다시 수록했다. ‘보통날’을 부르기 직전 윤계상의 영상편지가 공개됐다. “가슴에서만큼은 헤어지지 말자. 가장 행복한 날은 의미 없이 보낸 보통날에 있다. 보통날이 가장 큰 행복을 주는 날이기를 바란다.” 멤버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관객들도 눈가를 훔쳤다.
12~13일 서울 공연을 마친 이들은 광주(8월2~3일), 부산(15~16일), 대구(23~24일), 대전(30~31일)에서도 공연을 이어간다. 이번 8집 앨범 발표와 공연은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후 지오디는 어떻게 되는 걸까? 데니 안은 공연 직전 기자회견에서 “(소속사가 다른 상황에서) 우리가 쉽지 않게 다시 모였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만큼, 지금 확답할 순 없지만 언젠가 다시 모이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배우 활동을 계속할 뜻을 분명히 한 윤계상도 “헤어짐이 다시 있기란 불가능하다. 개인 일도 하면서 지오디라는 이름도 지키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싸이더스HQ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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