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백남준아트센터 특별전 개막식에는 백남준문화재단의 황병기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이 대부분 불참했다.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재단이 주최한 백남준 탄생 기념행사와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었다. 센터와 재단이 사전에 일정을 교감하지 않은 탓에 빚어진 해프닝이다. 황병기 이사장은 “백 선생 탄신일이 일요일이라 오래전에 평일로 행사 날짜를 잡아 어쩔 수 없다. 현대사회가 복잡하게 돌아가므로 겹칠 수 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재단 회원인 이기웅 열화당 대표는 “전시 협의는커녕, 서로 일정조차 맞추지 않고 따로 행사를 치러 창피하다. 고민하다 아트센터 전시 개막식에 가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두 기관은 2006년 백남준 타계 이래 미묘한 갈등을 거듭해왔다. 고인의 부인인 구보타 시게코와 장조카인 켄 백 하쿠타와의 불화를 배경으로 ‘백기사’로 불리는 재단 쪽과 주요 컬렉션을 넘겨받은 아트센터 사이에 주도권 대립이 풀리지 않고 있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진작 도록 발간, 미술사적 재평가 등 후속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도 두 기관의 적통 다툼 때문”이라며 “앙금을 씻고 사업을 함께 논의하고 추진하는 것이 고인의 유지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문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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