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서울을 음악 삼아 춤췄다…이방인의 셔터가 ‘찰칵찰칵’

등록 2014-07-22 19:09수정 2014-07-23 14:28

지난 9일부터 시작된 ‘댄스토리’ 프로젝트에서 시민 춤꾼들과 전문 무용수들은 서울 여행자의 모습으로 곳곳을 춤추며 돌아다녔다.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인 영종대교 아래에서는 모자를 들고 여행의 설렘을 표현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지난 9일부터 시작된 ‘댄스토리’ 프로젝트에서 시민 춤꾼들과 전문 무용수들은 서울 여행자의 모습으로 곳곳을 춤추며 돌아다녔다.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인 영종대교 아래에서는 모자를 들고 여행의 설렘을 표현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프로젝트 ‘댄스토리 서울’

시민·무용수 74명 춤추는 여행기
독일 작가 브레사돌라 초청 촬영
회사원·학생·은퇴자…신명 가득
음악은 없었다. 카메라를 누르는 셔터 소리만 울렸다. 안무가의 손 신호가 떨어지자 19명 시민 춤꾼들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광장 바닥에 누워 손발을 하늘로 치켜올렸다. 하이힐, 운동화, 빨간 양말, 맨발들이 파도처럼 흔들렸다. 21일 오전 10시 ‘신발의 군무’가 광장을 스쳐갔다. 이 순간을 독일에서 활동중인 무용·무대 전문 사진작가 잔마르코 브레사돌라(42)가 카메라에 담았다. 서울 곳곳의 이야기를 춤추는 사진으로 남기는 프로젝트 ‘댄스토리 서울’의 한 장면이다.

 춤추면서 서울을 여행해 온 70명의 시민들과 4명의 무용수, 그리고 사진작가는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영종대교, 여의도를 찍고 서울 마포구 대흥동 오래된 주택가를 지나 동대문으로 진출한 참이다. 홍은예술창작센터는 2014년 국제교류사업의 하나로 사진가 잔마르코 브레사돌라를 초청해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는 서울 11곳의 표정을 춤과 함께 촬영해 다큐멘터리와 화보로 만들고 있다. 열혈예술청년단이 안무·연출하며 전문 무용수 4명과 순수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서울문화재단 서울댄스프로젝트의 시민 춤단 70명이 이 여행에 동반했다

또 그들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신발의 군무’라는 주제로 춤췄다. 이를 기록한 잔마르코 브레사돌라의 사진은 2015년 서울시민청 갤러리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또 그들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신발의 군무’라는 주제로 춤췄다. 이를 기록한 잔마르코 브레사돌라의 사진은 2015년 서울시민청 갤러리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21일 무용수들과 동대문에서 함께 춤을 춘 시민 춤단 단원들은 정말 여행을 온 듯 한껏 들떴다. 각자 가장 좋아하는 신발을 신고 춤추기로 한 날이다. 화장품 회사 상품기획팀에서 일하는 김혜림(27)씨는 춤추는 동안 그를 하늘로 띄워줄 듯한 15㎝ 굽이 달린 구두를 신고 왔다. “편한 것이 내겐 가장 좋은 신발”이라는 송유리(25·대학생)씨는 고무로 만든 실내화를 신었다. “춤을 워낙 좋아해서 학교 댄스 동아리만으론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어서 시민 춤단에 들어왔다”고 했다. 조병국(50)씨는 지난해 11년 동안 다니던 보험회사를 그만두면서 춤단에 들어왔다. ‘더 오래 일하다간 정말 나를 잊어버리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들 무렵이었다. 춤을 추면서 세 아이의 아빠면서 15년 넘게 관리자로 살 동안 잊었던 자기 표현을 찾았다. “외국어나 컴퓨터 같은 그동안 수없이 해본 자기 계발 말고 다른 돌파구를 찾고 싶었어요. 신명난다는 말 아세요?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죠.” 감기 걸려서 링거 맞고 왔다는 김나홍(11) 어린이부터 병원에 입원했다가 잠시 외출허락 받고 왔다는 김영신(55)씨까지 시민 춤꾼들은 카메라 앞에서 신명을 냈다. 올해 5월 시민 춤단을 뽑는 서울댄스프로젝트 오디션엔 군입대를 앞둔 청년부터 회사원, 아빠와 딸, 60대 여성까지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춤 좀 춘다는 사람들은 다 모였지만 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이었단다.

 안무를 맡은 유재미 열혈청년단 대표는 “음악의 정서에 얽매이지 말고 공간을 음악 삼아 자신을 표현하라”며 그날그날 춤동작을 가르쳐 음악 없이 공연하도록 한다. “아마추어 무용가들이 안무가 요구대로 재빠르게 새로운 동작을 배우는 모습이 놀라웠다”는 브레사돌라는 “수십명의 아마추어들이 좋은 기분으로 와서 활달하게 춤추면서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 순간” 셔터를 누른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역사학자 출신 사진가인 그는 한달 남짓한 시간 동안 서울 골목과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공간을 고르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몇십년 전의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 남아 있는 서울 홍은동 골목길을 가장 좋아한다는 브레사돌라가 서울에 갖는 인상은 이렇다. “서울은 너무 넓고 복잡해서 오늘 어떤 기분을 갖고 싶은지에 따라 그 장소로 떠날 수 있는 곳이다.” 외국인 사진가와 춤추는 이들의 서울 여행기는 23일 서울메트로 지축 차량기지에서 끝맺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서울문화재단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