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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삼포세대’에게 건네는 위로…백화점 푸드코트 위 이색 전시

등록 2014-07-31 14:56

윤동천 교수 개인전 ‘병치-그늘’
‘희망 처방약 판매’ 퍼포먼스도
‘개가 달린다/ 나도 달린다/ 우리 모두 달린다’

작가가 유리판에 휘갈겨 붙인 글들이 백화점 푸드코트(식당가)를 내려다본다.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11층의 푸드코트 바로 윗층. 설원 달리는 살벌한 눈빛의 개들이, 야릇한 그 글귀들이 밥 먹는 이들을 쏘아보는 전시장과 유리창 갤러리다.

전시된 글귀는 ‘개념작가’로 통하는 윤동천(57) 서울미대 교수가 백화점 고객들한테 던지는 말주먹이다. 그렇게 넘치게 사고 먹고 하는 것도 모두 무한경쟁 쳇바퀴를 넘나들며 살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생기 넘어 살기 감도는 개들의 사진 위를 덮은 유리벽 글귀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일말의 비장감이 묻어나온다.

여느 백화점 화랑들과 달리 진지한 기획전을 끼워넣는 것(?)으로 이름난 신세계갤러리의 윤동천 신작전 ‘병치(竝置)-그늘’이 올여름 미술인들 사이에 화제다. 윤 작가는 유리창 갤러리의 개 이미지 설치물로 대중들에게 ‘당신들의 숙명’을 이야기하더니, 전시장 안에서는 ‘삼포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에게 말을 걸며 그들을 짐짓 외면하는 쉰 세대를 까는 이미지들도 꺼낸다.

근작들은 작품의 색채, 형상을 만드는 과정과 형식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개념미술의 전형이지만, 회갑이 내일모레인 중견 작가로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발칙한 상상력을 드러낸다. 검은 테두리 두른 20개의 노란 액자를 촘촘히 붙인 들머리 작품 <무제>의 노랑 덩어리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 학생들에 대한 곡진한 마음이자, 뚫리기 힘든 시대에 대한 답답함의 표현이다. 종이 위에 레이저를 쏘아 다듬잇돌, 망치, 몽둥이 등을 지져 그려낸 <기성세대를 위한 도구들>은 위계만 따지는 기성세대의 닫힌 마음보를 암시한다. 이런 어른들에게 외면당하고 실망한 젊은 세대를 위해 작가는 희망의 처방전도 준비한다. ‘시대를 건너는 법’이라고 설명 붙인 ‘희망알약 3종세트’를 카운터에서 팔고 있는데, 일종의 판매 퍼포먼스다. 3종세트는 연애, 결혼, 취업에 대한 알약(사실은 사탕)을 담은 삼색병. 연애, 결혼의 기본 조건인 취업 알약병이 인기가 가장 많아 100병 가까이 팔렸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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