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 사진가의 ‘남일당 디자인올림픽’ 연작 중 일부(왼쪽). 2009년 1월 서울 용산참사 당시 불타는 남일당 건물과 참사 뒤 불탄 건물의 철골 잔해 세부를 찍은 것이다.
국립 ‘올해의 작가’ 4명 작품전시
노순택의 현장기록 등 수작 눈길
리움 ‘스펙트럼…’ 유망 7팀 전시
작품 배치·기획력 부재 등 도마에
노순택의 현장기록 등 수작 눈길
리움 ‘스펙트럼…’ 유망 7팀 전시
작품 배치·기획력 부재 등 도마에
한국미술계에서 ‘가장 힘센’ 대표 미술관 2곳의 추천작가 전이 한여름, 잇따라 열리는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 1, 2전시실에서 ‘올해의 작가상 2014’ 후보 4명의 작품들을 11월9일까지 선보이며, 삼성미술관리움도 딸림공간인 서울 태평로 플라토에서 색다른 방식으로 신진작가 7팀을 소개하는 ‘스펙트럼스펙트럼’전을 10월12일까지 진행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은 수년 전부터 영국 터너 상처럼 작가 후보군들의 사전 전시 뒤 의견을 수렴해 최종 수상자를 뽑아왔다. 특히 올해는 아웃사이더의 시선에 막대한 작업량과 상상력의 힘이 어우러진 수작들이 등장해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계의 ‘난쏘공’으로 불리는 노순택 사진가의 생각하는 사진들을 먼저 거론할 만하다. 2010년대 이래 국내 다큐사진계의 대표작가로 자리를 굳힌 그는 대추리, 서울 용산, 강정마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현장까지 각지에 산재한 사회적 대치의 최전선을 찍어왔다. 그 현장사진들 가운데 질문과 성찰의 의미로 여과된 연작 수백여점을 골라 사선의 벽에 내걸었다. 찍는 자와 찍히는자, 국가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공권력이 난사하는 채증사진 등을 인식하면서, 끊임없이 구조적 맥락을 짚어내려 고민하는 에세이글들이 함께 붙었다. 교활한 시선 조작을 진실처럼 가장하는 사진을 작가는 ‘젊은뱀’이라고 명명하며 찍는자의 가식을 줄곧 성찰한다.
90년대 이래 작가 자신이 구타당하거나, 알몸 여성이 서서 소변 보는 영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지아 작가의 신작도 주목해야 한다. 5년여 전부터 구상한 퍼포먼스설치 ‘아름다운 도구들 3’은 흰천 드리운 공간 안에 수레바퀴 12대를 놓고, 바퀴 위 의자에 여성들이 각각 앉아 바퀴를 돌리며 노동요를 중세 성가처럼 부르는 풍경을 보여준다. 여성적 시각에서 고통과 쾌락, 노동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형상화한 작가의 새 대표작이다. 구동희 작가는 인근 서울대공원의 롤러코스터 놀이시설에 대한 추억 등을 뫼비우스 띠 형태의 거대한 건축적 난간구조물로 형상화하면서 공간을 기억의 구조물들로 채웠다. 빛 속에 명멸한 문자조각, 영상들로 마음의 작용을 재현한 김신일씨와 더불어 이전 작업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스케일과 상상력을 보여준다.
‘스펙트럼스펙트럼’전은 기획의 ‘적나라한 부재’가 도드라진다. 리움이 고른 신예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은 아트스펙트럼 전 역대 선정작가 7팀한테서 젊은작가 7팀을 추천받아 함께 출품작들을 꾸리게 했는데, 자폐적이거나 일상 단면에 치중한 설치, 영상, 회화, 디자인 작품들이 어떤 맥락으로 서로 연결되는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작가집단 길종상가의 전구, 잔 등의 디자인 작품들이 로댕의 작품공간 구석 계단에 왜 소품처럼 처박혀 진열됐을까. 이형구 작가가 말굽 장구를 착용하고 플라토 현관인 로댕의 지옥의 문 주위를 따각거리며 돌아다니는 영상은 슬기와 민이 재구성한 아트스펙트럼 전시 포스터와 왜 마주보고 있을까. 한국미술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이 전시의 취지는 역설적으로 실현된다. 시대상황과 다소 동떨어진 작품들의 ‘채집’과 ‘수거’를 통해서.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은 플라토 전시장 들머리의 로댕 작품 주위와 구석 계단에 전시중인 길종상가 팀의 디자인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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