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콕콕
당신에게 맞는 음향이 최고!
당신에게 맞는 음향이 최고!
“기계적으로 녹음한 음원의 음향은 결코 실황의 감동을 넘어설 수 없다.” “적당한 오디오 시스템과 감상 환경만 갖춘다면 음반이 음향적으로 더 큰 감흥을 줄 수 있다.”
공연장과 음반 매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콘서트고어(공연애호가)와 레코드컬렉터(음반수집가)가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는 경우를 봅니다. 과연 ‘좋은 음향’이란 뭘까요?
실황공연을 기준으로, 객석이 꽉 찼을 때의 잔향 시간이 2.1초가량이면 좋은 음향이라고 합니다. 소리가 풍성하면서도 뭉개지지 않고 명료하게 들리는 정도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음향의 균형이 딱 맞는 가운데 블록 중간 열의 좌석에서 듣는 경우이죠. 문제는 우리 좌석이 이 조건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아무리 음향 설계가 뛰어난 홀이라도, 금관악기와 타악기를 많이 사용하는 후기낭만주의 및 현대음악은 좌석 위치에 따라 극과 극의 음향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교향악 감상 때 한쪽으로 치우진 좌석, 위층 발코니가 돌출돼 천장을 덮는 좌석, 큰 음량의 관악기, 타악기들이 병풍처럼 막아선 합창석에서는 좋은 음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맨 앞좌석도 현악기 음향이 다른 음향을 뒤덮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홀이라도 독주나 실내악 연주는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습니다. 대신 음량이 작아 2, 3층에서는 섬세한 표현을 놓칠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황공연은 음반보다 좋은 음향을 들려줄까요. 사운드디자인 및 녹음 전문가인 톤마이스터 최진씨는 “스튜디오 레코딩은 음향의 최적화 지점에 악기와 마이크를 배치하고 소음 등 외부 요인을 차단하기 때문에, 객석 위치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는 실황에 비해 오히려 안정적으로 좋은 음향을 들려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단, 오디오로 감상할 때는 진동에 의해 소음을 일으키거나 음향을 흡수시키는 물건을 스피커 주변에 놔두지 않고 좌우의 반사각이 균형을 이루도록 배치에 신경 써야 합니다. 여의치 않을 때는 차라리 헤드폰을 이용하는 것도 더 낫습니다.
그렇다면 야외공연은 언제나 실내공연보다 못한 음향을 들려줄까요? 요즘은 야외공연에서도 톤마이스터가 마이크와 스피커, 반사판의 위치, 음량 등을 섬세하게 조정하며 음향 디자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실내공연 못지않은 풍성한 음향은 물론 시원한 공간감까지 즐길 수 있지요.
‘좋은 음향’이란 이렇게 많은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상대적 개념입니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음향’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음향을 찾는 게 관건일 것입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교향악 공연.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신청곡 띄워드립니다”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리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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