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2막1장’ 내고 순회공연
정원영 작곡 참여…신석철 연주
정원영 작곡 참여…신석철 연주
“들국화는 당시 <명랑운동회>에 나가지 않은 비주류였어요. 안간힘을 다해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어 공연했고, 그게 대중에게 때묻지 않고 순수하게 받아들여진 거죠. 하지만 그 시절 저는 일탈 정도가 아니라 ‘오(5)탈’은 한 것 같아요. 굴곡 많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이제는 바다를 건너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과감하게 1막을 접고 2막을 시작하려 해요. 원래 2막이 재밌잖아요.”
전인권은 새 앨범 제목을 <2막1장>으로 붙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엠펍에서 연 새 앨범 발매 쇼케이스 무대에서다. 전인권밴드(전인권·신석철·민재현·송형진·이환·안지훈·양문희)는 ‘음악 친구’ 정원영과 함께 이번 새 앨범을 만들었다. 전인권은 지난해 들국화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신보는 2004년 솔로 앨범 <전인권과 안 싸우는 사람들> 이후 10년 만이다.
전인권이 만든 8곡과 정원영이 곡을 쓰고 전인권이 노랫말을 붙인 3곡 등 11곡의 신곡이 담기는 새 앨범은 9월4일 발매된다. 전인권밴드는 정식 발매에 앞서 ‘내가 왜 서울울’, ‘사람답게’, ‘눈물’ 등 3곡을 온라인으로 선공개했다.
‘내가 왜 서울을’은 한번만 들어도 귀에 착 달라붙어 따라부르기 쉬운 후렴구를 가진 미디엄 템포 곡이다. “내가 왜 서울을 사랑하지 않겠어요/ 내 사랑 떠나간 종로 거리를/ 내가 왜 서울을 사랑하지 않겠어요/ 그 모든 아픔을 그 누가 담겠어요”라고 고백하는 노랫말은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법하다.
‘사람답게’는 1970년대 록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 스타일의 곡이다. 경쾌한 리듬이 흥겨우면서도 블루스 특유의 끈적거리는 전기기타 연주가 묘한 슬픔을 안겨주는 복합적인 느낌의 곡이다. 이번 앨범의 모든 기타는 신석철이 연주했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셋째 아들인 그는 드럼으로 정평이 나있지만, 이번 앨범에선 드럼은 물론 기타 연주까지 맡았다.
‘눈물’은 정원영이 작곡하고 전인권이 작사한 곡이다. 전인권이 쓴 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대곡 지향의 발라드다. 처음에는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여러 사운드가 점층적으로 쌓여 막판에는 사이키델릭한 절정으로 치닫는다. 정원영은 “지난 들국화 앨범에 참여하면서 제가 해온 음악과 너무도 달라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앨범에 들어갈 곡을 쓰는 건 저에게 도전이었다. 작업 과정이 큰 도움이 됐고,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재결성했다가 드러머 주찬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활동을 중단한 들국화에 대해 전인권은 “최성원과 나는 가장 힘들 때 만나 서로에게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음악적 방향과 성격이 다를 때가 많아 너무 자주 싸웠다. 이제는 그만 싸우고 싶다. 다만 서로 잘 조화되면 지금 이 팀과 함께 공연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전인권밴드는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9월20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 27일 대구 경북대 대강당, 10월11~1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한다. 1544-155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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