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32). 사진 성남문화재단 제공
장씨 “경영진과 불화, 예술적 견해 차이로 사임”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32)씨가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QPO)의 음악감독직을 돌연 사임했다. 2년의 임기를 채우지 않고 취임 1년 만에 물러난 것이다.
장씨의 사임 발표는 지난 9월7일 영국 최대 음악축제인 비비시(BBC)프롬스에서의 성공적인 데뷔 연주 직후이자 카타르 필의 유럽투어 연주 도중 갑작스럽게 이뤄져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장씨의 돌연 사임으로 9일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 아카데미 연주회는 러시아 지휘자 드미트리 키타옌코가 대신 지휘했다.
장씨는 성명을 통해 “경영진과의 계속되는 행정적 불화 및 타협하기 어려운 예술적 견해 차이로 악단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예기치 못한 비자 문제와 런던 주재 이탈리아 대사관의 조언을 받아들여 유감스럽게도 9일부터 카타르 필과의 모든 연주 활동을 철회했다”라고 밝혔다.
장씨가 불분명한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자 갖가지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영국의 유명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흐트는 자신의 누리집을 통해 “장한나가 카타르 필의 단장 쿠르트 마이스터와 갈등을 빚었으며, 최근에는 악장과도 충돌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예술을 통해 중동의 테러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에 목적을 둔 카타르 필이 태생적으로 장한나와 갈 길이 달랐다고 보는 음악팬들도 있다. 중동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 카타르 필은 지난 2007년 카타르 왕비 모자 빈트 나세르 알 미스네드에 의해 설립됐다. 세계 30개국 출신의 단원 101명을 영입해 만든 다국적 오케스트라로 왕실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단기간에 세계 수준으로 도약했다.
장한나 씨는 11살에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로 영재 출신으로, 얼마 전 작고한 거장 지휘자 로린 마젤에게 지휘를 배웠으며 2007년 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페스티벌 청소년 연합 오케스트라 지휘를 시작으로 2009년부터 성남아트센터 오케스트라 육성 프로젝트 ‘앱솔루트 클래식’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장씨는 지난해 9월 카타르 필 음악감독 겸 수석 지휘자와 노르웨이 트론드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 지휘자로 동시 취임해 클래식 음악계에 화제를 몰고 왔다. 지난해 미국 라디오 음악 방송 WQXR 은 장씨를 성시연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젬마 뉴 뉴저지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지휘자 등과 함께 “떠오르는 여성 지휘자 5인”으로 언급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성남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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