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 덴버스 맡은 리사
2003년 가수 데뷔한 6년차 배우
“두 언니와 트리플 캐스팅 부담 커
내 댄버스, 순수하고 불쌍한 사람
관객 연민 느낀다면 내 해석 성공”
2003년 가수 데뷔한 6년차 배우
“두 언니와 트리플 캐스팅 부담 커
내 댄버스, 순수하고 불쌍한 사람
관객 연민 느낀다면 내 해석 성공”
“(옥)주현이나 (신)영숙 언니랑 비교될 게 뻔한데, 왜 부담감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보기보다 제가 그로테스크한 역할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졌어요. ‘콩알만한 자신감이라도 갖자’고 주문을 걸며 도전했죠.”
지난 6일 막이 오른 뮤지컬 <레베카>에서 색깔 짙은 악역이자 조연인 ‘덴버스 부인’역을 맡아 열연 중인 리사(34·사진)는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그럴만도 하다. 지난해 초연에서 ‘옥버스’, ‘신버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옥주현·신영숙과 나란히 트리플 캐스팅 된 것도 행운인데, “두 배우를 능가하는 가창력의 끝판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레베카>는 근래 무대에 오른 공연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여배우’가 중심인 작품이예요. 유일하게 주연보다 조연(덴버스 부인)이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여배우로서는 탐낼 수밖에 없죠. 아, 무엇보다 저는 의상을 갈아입지 않고 검은 옷 한 벌로 버텨도 되는 점이 제일 좋아요. 히히.” 그의 설명대로 등장 횟수도, 부르는 넘버 수도 얼마 되지 않지만, 덴버스 부인은 커튼콜 때마다 관객들에게 ‘물개박수’를 끌어내는 배역이다.
차별화된 연기를 위해 캐릭터 해석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들 덴버스 부인이 악녀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가장 순수하고 불쌍한 인물이라고 설정했어요. 레베카와 멘델리 저택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클라이맥스에서 관객들이 공포나 전율보다 연민을 느낀다면 제 해석이 성공한 셈이겠죠.”
그는 스스로를 “욕심쟁이”라고 했다. 프로필만 봐도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미술을 전공한 리사는 음악에 대한 “불타는 욕망”을 버리지 못해 2003년 가수로 데뷔했다. ‘헤어져야 사랑을 알죠’ 등을 히트시키며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욕심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우울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다 이지나 연출의 눈에 띄어 뮤지컬에 입문하게 됐는데, 와! 정말 ‘귀가 쫑긋, 두 눈이 번쩍’했죠.” 2008년 <밴디트>로 뮤지컬에 발을 들인 그는 이후 <대장금><광화문 연가><에비타><영웅><보니 앤 클라이드><프랑켄슈타인>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사실 리사는 공연계의 ‘소문난 엄친딸’이다. 그의 다재다능함은 가정환경과 무관치 않다.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어린시절을 해외에서 보낸 덕에 영어·독일어·스웨덴어 등 외국어에도 능통하다. “전 엄친딸이란 표현에 감사해요. 곱게만 자라 배우로서 굴곡진 삶을 연기할 수 있겠냐는 시선도 있지만, 다양한 세상과 문화를 접한 것도 배우로서 큰 자산이니까요.”
11년차 가수이자 6년차 배우지만, 리사는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최근엔 성악레슨도 받고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에 입학해 학업도 이어가고 있다. “목소리도 몸이나 피부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성악이 목 관리에 도움이 많이 돼요. 전 죽을 때까지 제 자신을 찾아가는 작업을 할 것 같아요. 미술로, 음악으로, 연기로. 그러니 끊임없이 배워야죠.”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이 있느냐는 물음에 참으로 ‘리사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드레스 입고 예쁜 척 하는 배역만 너무 많아요. 전 <잔다르크> 같은 여전사 역할을 하고 싶은데. 왜 아직 뮤지컬로 안 만들어지죠? 그냥 확 제가 만들어버릴까요? 히히.”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뮤지컬 <레베카>에서 열연 중인 리사. 사진 이엠케이 뮤지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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