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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감정 교차하는 너와 나의 밤 노래”

등록 2014-09-18 19:48수정 2014-09-18 21:14

싱어송라이터 차세정. 사진 파스텔뮤직 제공
싱어송라이터 차세정. 사진 파스텔뮤직 제공
세번째 앨범 낸 에피톤 프로젝트

싱어송라이터 차세정 1인 밴드
바쁜 일상 벗어나 센강서 영감
여행같은 음악…CD·LP 함께 내
“내 스타일 부수려 곡 만들기도”
‘에피톤 프로젝트’는 ‘여행’과 이음동의어다. 싱어송라이터 차세정(사진)의 1인 밴드인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첫 미니앨범(EP) <긴 여행의 시작>(2009), 정규 1집 <유실물 보관소>(2010), 2집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2012)까지 일관되게 관통하는 정서는, 그게 시간여행이든 공간여행이든, 여행자의 마음이다.

에피톤 프로젝트가 최근 발표한 3집 <각자의 밤>에는 ‘밤’의 노래 13곡이 담겼다. 하지만 이 역시 여행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이전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무슨 얘기냐고? 그 사연이 궁금하다면, 그가 3집 작업을 하기 전으로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에피톤 프로젝트는 2집 발표 이후 부쩍 바빠졌다. 가수 이승기 쪽에서 앨범 작업을 같이 해보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이승기 미니앨범 <숲>의 5곡 중 4곡을 만들었고,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했다. 비슷한 시기 김완선, 투에이엠(2AM), 슬옹, 이석훈, 백아연 등 주류 가수들이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 협업을 했다. 그가 만들고 홍대광이 부른 ‘너와 나’는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 쓰였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몰린 일에 치여 탈진 직전까지 간 그는 도망가기로 했다. 스스로를 환기하고 재충전하고자 지난해 5월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밀라노, 피렌체, 로마 등을 거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밤에 센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경관을 둘러보다 문득 어떤 느낌이 머리를 스쳤다.

“나는 외로운데, 강변에는 연인들이 걷고 있었어요. 그날 밤 풍경이 아름답고 낭만적이면서도 쓸쓸해보였죠. 그 순간,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는 밤에 관한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밤의 노래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완성한 곡이 3집 두번째 트랙 ‘환상곡’이다. 이 곡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전 곡들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화성 진행과 리듬의 변화도 눈에 띄거니와 개성이 대단히 강한 선우정아의 보컬이 더해져, 모르고 들으면 에피톤 프로젝트 곡이라 예상하기 힘들다.

“주위에서 ‘전주만 들어도 에피톤 프로젝트인 걸 알겠다’는 얘기를 듣고서 내 스타일이 굳어지는구나, 나쁘게 말하면 자기복제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아노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만드는 사람은 보통 좋아하는 ‘길’이 있거든요. 그 길을 박살내야겠어 하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 ‘환상곡’이에요.”

그렇다고 모든 곡에서 변화를 시도한 건 아니다. 타이틀곡 ‘미움’ 등 상당수 곡들에선 에피톤 프로젝트 특유의 감성이 여전하다. 새로운 객원보컬 손주희, 아진과 함께 한 곡, 자신이 직접 부른 곡, 연주곡이 적절히 섞여있다.

3집은 시디(CD)뿐 아니라 엘피(LP)로도 발매됐다. “저도 엘피 세대가 아니어서 이번에 처음 엘피를 접했는데, 음악을 정말 여유롭게 듣게 되더라고요. 속도가 너무 빨라 음악을 앨범 단위로 내는 게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이번 3집은 시간을 두고 오래오래 듣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어요.”

에피톤 프로젝트는 오는 27~28일 부산 센텀시티 소향씨어터, 10월3~5일 서울 올림픽공원 88호수 수변무대에서 3집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1년에 기껏해야 1~2차례 열리는 그의 공연은 늘 매진되는 걸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밤을 노래했다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여행을 부른다. 3집 수록곡 ‘친퀘테레’를 듣고 있으면 이탈리아 바닷가 작은 마을 친퀘테레의 아름다운 풍광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안되겠다. 여행을 떠나야겠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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