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윤관씨가 찍은 ‘계동을 이어가는 사람들’. 사진 제공 서준원·강다원씨
서준원·강다원 기획전 ‘공간잇기’
1년간 답사하며 명소 100곳 담아
1년간 답사하며 명소 100곳 담아
서울 북촌의 계동은 창덕궁 옆 동네이면서, 국내 굴지 재벌과 건축명가의 자취가 어린 곳이다. 옛 현대그룹 사옥과 건축대가 김수근의 혼이 깃든 공간 사옥이 나란히 이어지는 풍경은 세간에 친숙하다.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계동 현대사옥이 1884년 갑신정변의 긴박한 막후 무대였던 계동궁터였다는 것, 사옥 옆 한 칼국수집이 해방 뒤 지도자 여운형이 건국준비위를 만든 장소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사옥 뒤쪽의 계동길에 지류처럼 이어지는 골목길들은 조선시대 위치와 규모를 그대로 간직해왔다.
계동이 올해로 이름 붙여진지 100년째다. 이 뜻깊은 기년을 계동에 켜켜이 어린 역사 문화를 탐색하는 전시로 기념하는 이들이 있다. 계동길의 옛 양은냄비공장 터인 물나무 ‘마당’ 갤러리에서 ‘공간잇기-계동’전을 차린 프리랜서 디자이너 서준원씨와 홍익대 사진학과 대학원생 강다원씨. 계동의 매력에 빠져 직장도 그만두고 1년 동안 계동 일대를 샅샅이 답사해온 두 사람은 공간 탐구의 성과물을 세 작가들과 손잡고 각기 다른 작품들로 빚어냈다. 일러스트 작가 강혜숙씨와 함께 계동 100년을 품은 명소 100곳을 선정한 지도를 만들었고, 사진가 김윤관씨는 주민, 관광객들의 다기한 모습들을 찍은 사진을, 영상작가 조금래씨는 지금 계동의 풍경속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내놓았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담은 지역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공간잇기는 유학 시절부터 마음에 품었던 꿈인데, 계동을 답사하면서 여기부터 우선 하자 싶었어요. 계동길의 오래된 목욕탕인 중앙탕 푸른벽과 표석조차 잊혀진 여운형 가옥터를 보면서, 이곳의 지난 이야기들을 잊지 않도록 함께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됐지요.”(서준원)
두 기획자의 뜻이 집약된 작품이 계동 100년을 품은 지도다. 세종 때 만든 천문관측대인 관천대부터 여운형의 집, 물나무 갤러리, 창덕궁 돌담길 옆 빨래터 등 계동 명소 100곳의 현재와 과거를 눈에 쏙쏙 들어오게 찾을 수 있도록 네가지 색깔의 번호와 각기 다른 역사적 내력을 붙여 표기했다. 전시는 사비를 털어 준비했지만, 한 기업의 도움으로 전시 뒤에도 지도 2만장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수 있게 돼 보람은 더욱 커졌다. 17일 개막 행사도 관객들과 함께 하는 계동길 답사로 대신한 두 사람은 “앞으로 1년간은 주민들과 손잡고 계동길을 거대한 화폭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24일까지. (02)554-2665.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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