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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허름한 여관방, 미술관이 되다

등록 2014-09-25 19:31수정 2014-09-25 21:26

‘아라리오 뮤지엄 제주’ 개관

제주 모텔·영화관·자전거포 등
‘첨단’ 설치미술 전시장 탈바꿈
여관을 리모델링한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안의 옛 목욕실 공간에 전시된 일본 작가 아오노 후미아키의 매체 작품. 옛 여관의 버린 물건이나 부착지, 포스터 등을 재활용해 설치한 이색 작업이다.
여관을 리모델링한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안의 옛 목욕실 공간에 전시된 일본 작가 아오노 후미아키의 매체 작품. 옛 여관의 버린 물건이나 부착지, 포스터 등을 재활용해 설치한 이색 작업이다.
‘바람타는 섬’ 제주도가 요사이 첨단미술 바람을 타고 있다.

최근 제주시 도심에 세계적인 현대미술품들이 가득 들어찬 미술 별천지가 만들어졌다. ‘동문모텔’, ‘탑동시네마’, ‘탑동바이크샵’ . ‘아라리오 뮤지엄 제주’란 큰 이름 아래 시의 젖줄인 산지천 주변과 포구 부근 해안가에 자리잡고 다음달 1일 문을 여는 미술관 세 동이 그곳이다.

24일 취재진에 공개된 겉모습들은 흔히 생각하는 매끈하고 장대한 미술관이 아니다. 허름한 옛 모텔과 영화관, 자전거상점 등의 내부를 뜯어고쳐 거장들의 거대한 설치작품들이 쑥쑥 들어가는 비엔날레급 미술관으로 바꿔놨다. 도심 속 보통 건물에 스며들어 첨단 미술을 펼친다는 독특한 개념의 이 미술관은 제주에 국내 굴지의 아트 타운을 만들겠다는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의 구상 아래 진행된 프로젝트다. 독일 소도시의 컬렉션 뮤지엄 개념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한다. 김 회장은 천안에 백화점 등 유통타운을, 서울과 상하이에는 화랑을 운영하는 ‘큰손’ 컬렉터. ‘씨킴’이란 이름의 작가로 제주 작업실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도 만든다. 얼마 전 한국건축사의 성소 서울 북촌 공간사옥을 사들여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화제를 모았다.

과거 뱃사람들의 숙소가 밀집했던 추억의 공간인 산지천 동문시장 부근의 동문모텔은 내부 얼개가 흥미롭다. 원래 여관과 병원 건물로 쓰던 곳이다. 전시장 곳곳에 여관 방 창문, 목욕탕 욕조, 좌변기 등을 그대로 살려놓고 그 위 벽체나 공간에서 외국 작가들이 작업한 흔적들이 작품으로 나왔다. 이 건물을 개조할 당시 나온 쓰레기나 파편, 전단지 같은 것들을 재활용해 공간 곳곳에 붙이거나 설치하며 건물을 이용했던 과거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떠올리게 한 일본 작가 아오노 후미아키의 2층 작업이 인상적으로 와닿는다. 3층에는 영국의 형제작가 제이크 앤 디노스 채프만 형제가 기형적인 아이 마네킹과 성기 등을 결합시켜 만든 엽기적인 군상설치 작업 ‘끔찍한 해부’가 섬뜩한 풍경을 선사했다. 가장 큰 건물인 탑동시네마 공간에는 중국 작가 장환이 소가죽으로 만든 수십미터짜리 거대한 인물상과 온갖 생활 잡기들을 바리바리 실은 인도작가 수보드 굽타의 배 설치작업 등이 놓였다. 탑동 바이크에서는 원로 개념미술가 김구림씨의 40여년 작품여정을 연대기별로 보여주는 회고전 성격의 기획전이 치러진다. 김 회장은 “제주에서 내 꿈의 첫 발이 이뤄졌다”며 “내년 3월 실험전시 공간인 동문모텔2까지 완공되면, 미술관과 부근의 카페, 레스토랑, 숍 등이 결합된 문화타운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장료 6000~1만2000원. (064)720-8202, 8204.

제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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