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서예리(38), 사진제공 엘지아트센터
서예리, 3일 국내 첫 리사이틀
피아노, 오르간, 하프시코드. 오는 10월3일 엘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소프라노 서예리(38·사진)씨의 첫 리사이틀에는 총 세 종류의 건반 악기와 두 명의 반주자가 동원된다. 연주 프로그램은 16세기 작곡가 몬테베르디에서부터 21세기에 현존하는 작곡가 진은숙까지 500년의 간극을 뛰어넘는다. 피아노 한 대에 반주자 한 명을 동반해 특정 시대나 사조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들려주는 여느 독창회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서씨처럼 고음악과 현대음악의 양극단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성악가는 유럽에서도 흔치 않다. 이 때문에 르네 야콥스, 필립 헤레베헤와 같은 고음악 연주계의 거장과 피에르 불레즈, 진은숙 같은 현대음악 작곡계의 거장들이 입을 모아 서씨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공연을 앞두고 이메일로 만난 서씨는, 전혀 새롭고 낯선 프로그램부터 지난 번 서울시향 공연에서 반응이 좋았던 진은숙과 리게티의 작품, 바로크 분위기를 살린 고음악 등을 두루 선보일 계획을 밝히며 “연주회가 끝날 때에는 적어도 고음악, 현대음악이라 어려웠다거나 지루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음악들을 거침없이 소화해내는 그만의 비결은 뭘까. 서씨는 “유학시절은 물론 지금까지도 가장 신경쓰는 것은 언제나 목소리와 발성테크닉이다. 아무리 해석이 뛰어나도 그 해석을 실어 나르는 기본 도구인 발성이 받쳐 주지 않으면 누구도 그 노래를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미 음반이 많이 나와 있는 근대나 낭만 음악이라고 해도 먼저 연주된 것을 거의 듣지 않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만들어 놓은 후 비교해본다는 느낌으로 청취한다”며 표현의 개성과 창의성에 무게를 실었다.
서씨는 이번 공연 후 지기스발트 쿠이켄과 함께 ‘바흐 음악의 산실’로 불리는 쾨텐에서 바흐의 <세속 칸타타>를 연주하며,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헨델의 아리아를 협연한다. 내년에는 피에르 불레즈 90세를 기념하는 각종 무대에 출연할 예정이다. 불레즈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영국 비비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현대음악 공연 ‘토털 이머전’에서 <플리 슬롱 플리>를, 홀랜드 페스티발 등에서 불레즈의 <물의 태양>과 <혼례의 얼굴>을 연주할 예정이다. 또 불레즈가 창단한 세계적인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과 헨체, 라이만, 핀처의 곡도 연주하게 된다.
3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서씨는 예원학교 2학년 때 성악과 친구의 반주를 해주다가 ‘관객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전하는’ 성악의 매력에 빠져 전공을 바꿨다. 서울대 음대와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바젤 스콜라 칸토룸에서 고음악 전문연주자 과정, 라이프치히 음대에서 독일 국비 장학생으로 마이스터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만삭에 가까운 몸으로 루체른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고, 출산 한 달만에 2시간 짜리 독창회를 가질 만큼 열정과 ‘악바리 근성’도 대단하다. 현재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에이전시 IMG아티스츠 소속으로 활동중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제공 엘지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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