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랑’] 메모리인(人)서울 프로젝트
“구술채록(Oral remembrances)은 우리 기념전시에서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말해주는 구술자로 당신을 초청하며 우리의 구술기록자가 함께합니다.”
미국 뉴욕 ‘9·11 기념박물관’은 2001년 3000명 가까운 사망·실종자를 낸 9·11 참사의 자원봉사자, 유가족, 생존자, 구조대원들의 구술자료를 모으고 있다. 모은 자료는 기념박물관에 전시하며,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도 동일본 대지진 참사의 기억을 기록 또는 예술작업으로 남기고 있다. 기록되지 않은 참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는 점에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기억수집 사업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다.
재난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문화재단이 ‘메모리인(人)서울 프로젝트’의 모델로 삼았던 해외사업은 미국의 ‘스토리코프스’(StoryCorps)다. 미국 전역에 걸친 구술채록 사업으로 특정한 주제나 공간에 대한 기억보다는 주변 지인들을 직접 인터뷰한다. 이 사업의 개발자는 “매일 우리가 하는 인터뷰는 사람들, 특히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느끼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도록 도와주고 있다. 모든 삶과 모든 이야기는 평등하고 무한하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개인의 미시사에서 삶의 의미를 짚어내는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에서는 기록작업과 함께 예술작업이 병행되고 있다. 2011년 3월11일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물질이 누출됐다. 이 사건 이후 ‘의견 조사’라는 기억수집 작업이 진행됐다. 일본의 현 상황에 대한 청소년들의 의견을 묻는 인터뷰 영상물 제작사업이었다. 도쿄 전역을 이동하는 트럭 안에 장차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만약 시장이 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청소년의 생각을 정리했다. 참사의 기억을 토대로 예술치유 작업도 진행됐다. 피난처를 돌면서 종이연극을 통해 아이들 웃음을 찾게 하는 일에서부터 3·11을 거꾸로 한 11월3일을 일본 ‘문화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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