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군 입은 여인네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안능신영도’. 도판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제주박물관 기획전 ‘한국의 마’
조선시대 여인들은 말을 탈 때 전용 승마복을 갖춰 입었다. 엉덩이 부분이 툭 터진 아기 바지 모양의 ‘말군’(襪裙)이란 옷이다. 질질 끌리는 치마 차림으로 타면, 속곳이 드러나니, 이를 가린 채 말안장에 걸친 엉덩이를 움직일 수 있도록 곁바지를 고안한 것이다. 여성들 옷 매무새 관리가 필수였던 유교국가 조선의 발명품인 셈이다. 임금의 행차도를 묘사한 의궤나 풍속도 등에 말군을 덧입고 가는 아녀자들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예부터 국영 말목장이 있던 제주에서 요즘 이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국가 교통체제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였던 말에 얽힌 생활문화사를 보여주는 국립제주박물관 기획전 ‘한국의 마(馬), 시공을 달리다’가 7일부터 시작됐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애마 ‘유진청’을 포스터의 얼굴로 내세운 전시장엔 별별 말그림들이 다 있다. 말군 입은 여인네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안능신영도’(사진)를 비롯해 충성의 상징이었던 이성계 애마 여덟마리 연작 ‘팔준도’는 실물과 내력이 곁들여진 터치형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됐다. 말이 우리 생활문화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 이 전시는 친근한 이야기 투로 말의 인문역사를 술술 풀어낸다. 12월7일까지. (064)720-8104.
제주/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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