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정형민 관장의 낯 뜨거운 일탈

등록 2014-10-13 21:04수정 2014-10-13 23:10

지난해 11월12일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식에 참석해 정형민 관장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1월12일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식에 참석해 정형민 관장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울림과 스밈
지난해 11월 기무사 터에 서울관을 열며 새 출발을 선언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관 개관 1돌을 앞두고 구설에 올랐다. 감사원은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 출신의 정형민 관장이 지인 2명을 점수 조작 등을 통해 학예사로 부당채용했다는 감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관장의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를 가리기 위한 검찰 수사도 요청했다.

관장에 대한 검찰수사는 미술관 45년 역사상 처음이다. 미술관 안팎에선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다는 반응들이다. 실제로 감사원이 누리집에 공개한 감사보고서는 경악할 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정 관장은 지난해 9월 학예사 공채 때 교수 시절 옛 수하직원이던 ㅂ씨와 제자 ㅇ씨가 응시하자 심사 과정에 끼어들었다. 서류심사 때 시험위원이 아닌데도 심사장을 드나들면서 위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심사장에서 서류전형 종합결과표를 살펴보고, 7위 불합격자로 표기된 ㅂ씨를 합격자로 바꾸라고 담당직원에게 지시했다. 직원은 관장이 보는 앞에서 ㅂ씨의 연구 실적 점수 등을 높여 종합결과표 순위를 3위로 고쳤다. 시험위원들이 자필로 쓴 원래 채점표를 없애라는 지시도 그가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면접심사 때는 면접위원이 아닌데도 다른 위원들과 함께 들어가 지인 2명에게 질문을 집중했다고 일부 심사위원과 응시자들은 증언했다.

정 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상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직원을 시켜 문의한 결과 심사장에 들어가도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 평가표 조작 등은 직원만의 진술일 뿐 나는 질문만 했다”고 주장했다. 면접위원이 아니면 시험장에 들어가지 않는 게 상식인데, 미술관 쪽은 “관장이 위원들에게 인사하려고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직원 진술은 달랐다. 단순 참관만 가능하며 오해 소지가 있으니 면접시험엔 불참하는 게 좋겠다는 보고를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 관장은 면접위원과 같은 탁자에 앉아 응시생들에게 버젓이 질문을 던졌다.

노형석 기자
노형석 기자
미술관의 부당채용 관련 의혹들은 <한겨레>(2013년 12월10일치 29면) 등 언론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관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정면 부인했고, 정정 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일체 공식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정 관장은 청와대와의 인연과 억센 관운으로 유명하다. 서울관 개관전 ‘시대정신’은 서울대 출신 작가 편중 논란이 빚어져 미술인들의 퇴진시위까지 벌어졌으나 지난해 12월 그는 연임됐다. 그의 부친이 70년대 유신 시절 외교관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박정희 전 대통령 일가를 보필한 덕분에 관료들도 꼼짝 못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그래서 ‘미술판의 박근혜’란 별명이 그에겐 따라다닌다. 부적절한 심사 개입으로 미술관 명예를 실추시키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정 관장이 거취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청와대와 그의 인연은 계속 입길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