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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싸이와 사라사테를 섞으면?…사라 장의 ‘매시업’ 도전

등록 2014-10-16 20:50수정 2014-10-16 21:19

정통 클래식만을 고집해온 사라 장이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음악 섞기 놀이 ‘매시업’으로 싸이와 사라사테의 곡을 결합한 곡을 연주한다.
쿠컴퍼니 제공
정통 클래식만을 고집해온 사라 장이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음악 섞기 놀이 ‘매시업’으로 싸이와 사라사테의 곡을 결합한 곡을 연주한다. 쿠컴퍼니 제공
[문화‘랑’] 사라 장의 음악 변신

사라 장이 ‘변심’했다. 정통 클래식만을 고집하던 그가 유튜브의 음악 섞기 놀이인 ‘매시업’을 들고나왔다. 멘델스존과 비제를 섞는가 하면,
싸이의 리듬에 사라사테의 선율을 싣는다. 매시업을 클래식과 결합한 새로운 시도다.
정통 클래식만을 고집해온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처음으로 ‘매시업’(mashup)에 도전한다.

매시업은 여러 음악을 으깨고(mash) 섞어 새로운 곡으로 만드는 것이다. 매시업은 유튜브에서 영상과 음악을 ‘갖고 노는’ 일종의 장난이고 놀이다. 사라 장은 이번에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을 결합한 곡을 연주한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과 비제의 ‘카르멘’을 융합한 곡도 들려준다. 대중음악끼리 결합하던 매시업이 클래식 음악과 합쳐지는 새로운 시도인 셈이다.

사라 장은 ‘크리스티안 예르비의 앱솔루트 앙상블’과 함께 오는 23,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쿠컴퍼니와 <한겨레>가 공동 주최하는 이 연주회에서 사라 장이 들려주는 매시업 연주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 연주는 세계적인 지휘자 크리스티안 예르비가 이끄는 앱솔루트 앙상블과 함께한다. 쿠컴퍼니 제공
이번 연주는 세계적인 지휘자 크리스티안 예르비가 이끄는 앱솔루트 앙상블과 함께한다. 쿠컴퍼니 제공
강남스타일과 치고이너바이젠이 만났을 때

유튜브에서 ‘매시업’을 치면, ‘팝 댄솔로지 2012’라는 동영상이 비교적 윗부분에 뜬다. 2012년에 나온 50곡 이상의 팝 음악을 섞어 8분짜리로 편집한 것이다. 5800만번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해, 매시업에 대한 유튜브 독자의 폭발적 관심을 보여준다. 매시업은 원곡과는 다른 느낌을 주거나, 심지어 원곡을 능가하기도 한다.

사라 장은 밀도 있는 곡 해석과 생동감 넘치는 표현력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33살의 젊은 거장’이 들려주는 매시업이 ‘창조적 결합’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클래식만 고집하던 33살 거장
강남스타일과 치고이너바이젠
멘델스존 협주곡과 비제 판타지
클래식과 대중음악 결합 시도

새 경험 권유한 지휘자 예르비
판소리 가락 담은 곡도 선보여
시대·지역·장르 넘어 경계 확장

매시업에서 가장 많이 혼합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동영상 화면 갈무리
매시업에서 가장 많이 혼합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동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의 매시업 음악 가운데 혼합 1순위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이번에 사라 장은 ‘강남스타일’에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을 결합해 연주한다. 이 연주곡은 아름답고 감성적인 ‘치고이너바이젠’의 첫 부분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갑자기 ‘강남스타일’이 툭 튀어나온다. 겉으로 전혀 관계없는 두 곡에 다양한 변화의 옷을 입힌다. ‘강남스타일’의 리듬에 ‘치고이너바이젠’의 선율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두 곡을 섞어 결합한 작곡자 진 프리츠커는 “나는 유튜브의 매시업을 모방해, 음악적으로 재창조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프리츠커가 작업한 ‘펠릭스와 조르주가 클럽에 가다’(Felix & George go clubbin’)라는 곡도 관심이다. 사라 장이 연주할 이 곡은 펠릭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첫 부분을 그루브 리듬에 실었다. 한동안 랩이 이어진다. 펑키와 디스코 그루브를 바탕에 깐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 판타지’가 뒤를 받친다. 이 곡은 무거운 리듬의 바이올린으로 시작해 마지막은 극도로 경쾌하고 흥미롭게 끝난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사라 장의 매시업 연주 시도를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했다. “A라는 음악의 반주에 B라는 음악의 보컬을 붙인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만드는 게 매시업이다. 사라 장이 매시업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주로 대중음악끼리 결합하던 디지털 시대의 놀이인 매시업을 클래식에서도 접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그런 시도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

2012년 팝음악 50여곡을 8분짜리로 혼합한 ‘팝댄솔로지 2012’. 유튜브 동영상 화면 갈무리
2012년 팝음악 50여곡을 8분짜리로 혼합한 ‘팝댄솔로지 2012’. 유튜브 동영상 화면 갈무리
지휘자 예르비와 16세기 서경덕이 만났을 때

사라 장의 매시업 도전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크리스티안 예르비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사라 장은 정통 클래식 음악 외에는 눈 한 번 다른 곳으로 돌린 적이 없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새롭게 해석해온 예르비의 끈질긴 권유로 이번 무대에 서게 됐다. 2년 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예르비가 악보를 주며 설득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지휘자의 명가 ‘예르비 가문’의 막내 크리스티안 예르비는 클래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이끄는 앱솔루트 앙상블은 르네상스에서 현대 록 음악까지 아우르는 ‘우주를 담은 절대적인 앙상블’을 지향한다. 실내 오케스트라이자 빅 밴드, 록 밴드인 앱솔루트 앙상블은 미국, 네덜란드, 독일, 에스토니아 등 다국적 연주자로 구성됐다. 그들의 음악은 재즈,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음악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이번에 앱솔루트 앙상블이 연주할 진 프리츠커 작곡의 ‘마음아! 너는 어찌’(Mind, I have a question for you)가 시선을 잡아챈다. 이 곡은 16세기 유학자 서경덕의 시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현대어로 옮기면, “마음아, 너는 어찌 늘 젊어 있느냐. 내가 늙을 때면 너인들 늙지 않겠는가. 아마도 너를 쫓아다니다가 남을 웃길까 두렵구나”라는 내용이다. 이 곡은 한국의 전통음악인 판소리의 가락을 기본으로 했다.

예르비는 이 곡으로 ‘융합의 한복판’에 섰다. 한국의 유학자와 에스토니아 출신의 미국인 지휘자가 만나고, 16세기와 21세기가 만나며, 시조·판소리와 바이올린·디제이(DJ)가 만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대와 지역, 장르를 융합한 음악의 경계 확장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매시업

매시업(Mashup)은 지도, 음악, 사진, 비디오, 애니메이션 같은 다양한 데이터 형식이나 소스들을 하나의 디지털 파일로 조합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음악에서는 여러 곡의 영상과 음악을 혼합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튜브 공간에서 일종의 놀이 스타일로 정착했다. 정보통신에서는 여러 가지 ‘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조합해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책이나 마케팅에서도 융합, 혼합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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