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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4월16일, 우리는 무얼 잃어버렸나

등록 2014-10-22 19:08수정 2014-10-22 20:33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만든 김상돈씨의 종이조형물 ‘우는 얼굴’.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만든 김상돈씨의 종이조형물 ‘우는 얼굴’.
김상돈 개인전 ‘모뉴먼트 제로’
세월호 참사가 부른 ‘부재’ 형상화
세월호 참사로 한국인들은 쓰라린 정신적 내상을 입었다. 이 슬픔과 비참은 근본적으로 희생된 청소년들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미래에 생긴 구멍이기도 한 이 부재를 명징한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서울 소격동 트렁크갤러리에 차려진 김상돈 작가의 개인전 ‘모뉴먼트 제로’의 신작 사진들은 이 부재를 적극적 형태로 표현한 시도다. 종이를 오려내고 접붙인 기하학적 형태의 ‘모던한’ 종이 조형물들을 통해 참사의 비통함을 객관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와 뒤이어 이슈가 된 서울 도심 곳곳의 싱크홀(땅꺼짐) 현상 사이에서 부재가 조성하는 적극적 형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전시장엔 종이, 유토 등의 재료로 서사, 형상, 시간, 공간 상의 부재감을 표현하는 조형물들을 찍은 사진들이 십여점 걸려있다. 사진들은 20세기초 근현대미술과 디자인의 새 지평을 열었던 독일 바우하우스 작가들을 떠올리게 한다. 정연하고 논리적으로 세상 만물을 표현했던 바우하우스 조형 정신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다르지만, 작가는 이성적 성찰을 통해 참사가 빚어낸 한국인의 내면을 독특한 모양새로 빚어내고 렌즈를 통해 투사해낸다.

표면이 기울어지고 구멍이 숭숭 뚫린 ‘우는 얼굴’이나 원통과 곡면의 몸을 망연히 지탱하는 ‘서있는 사람’, 평면 위에 못이나 산처럼 돌출된 구조물의 날카로운 이미지 등은 작가의 말처럼 “실체와 비실체, 현존과 부재 사이의 틈으로 작용”한다. 그것이야말로 참사가 드리운 부재의 그늘이자, 싱크홀이 암시하는 위험사회에 대한 불안감의 표상이 아닐까. 독일에서 유학한 김씨는 2011년 서울 불광동 재개발지구 집들의 버려지거나 방치된 물건들을 미학적으로 재해석한 ‘불광동 토템’전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은 바 있다. 28일까지. (02)3210-1233.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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