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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돌아온 팔순의 전위작가들

등록 2014-10-23 19:07수정 2014-10-23 21:49

60~70년대 전위미술에 뛰어든
이승택·윤명로 등 잇단 개인전
모노크롬 화가들 해외 전시도
‘나는 세상을 거꾸로 보았다, 거꾸로 생각했다, 거꾸로 살았다.’

영원한 전위작가를 자처하는 이승택(82)씨는 20여년전 ‘거꾸로’선언을 했다. 자신의 머리통 조형물을 앞에 놓고 독하게 이 글귀를 써갈겼다. 머리통과 어우러진 ‘자각상’ 작품의 일부였다. ‘거꾸로’ 글귀 탓인지, 재야미술계에서 미술판 흐름과 담을 쌓았다. 농가 고드렛돌의 물성을 말랑말랑하게 바꾸거나 물, 불, 바람 등 비물질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위인들의 동상을 만들어 생계를 지탱하면서 자기 스타일의 작업만 해온 그가 지금 나이를 거꾸로 먹는 역전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이씨는 다음달 9일까지 메이저 화랑인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사조를 외면하며 독자적으로 작업해온 설치, 회화, 조각들의 구작 근작들을 모으고, 행위 미술을 담은 영상도 내보였다.

보수단체가 휴전선 근처에서 북한에 삐라를 띄운 행위를 풍자한 열기구 작품 ‘삐라’가 눈을 끌었다. 뿐만 아니다. 15~19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소장작가들의 화제작들을 거래하는 영국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 마스터스 섹션에 국내 작가로는 처음 출품해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다.

지금 화랑가 대세는 원로들의 ‘재림’이다. 올해 봄부터 70년대 모노크롬(단색조회화)이 바람을 일으키자 60~70년대 전위 미술에 뛰어들었던 다른 노장들도 가을 들어 잇따라 시장에서 호출받고 있다.

15일부터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추상화가 윤명로(78·서울대 명예교수)씨도 그런 사례다. 그는 60년대 초반 덕수궁 돌담벽에 그림을 내걸며 동료작가들과 국전의 권위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던 전위파였다.

이번 전시에는 붓과 빗자루를 써서 정신이 자유롭게 유랑하는 ‘흔적’들을 담아냈다. 최근 1~2년사이에 그린 작품들은 거칠게 몰아치는 급류처럼 기운생동하는 화폭들이다.

윤 작가는 60년대 정신의 비사실적 형상을 표현하는 앵포르멜 영향을 받았다. ‘얼레짓’, ‘익명의 땅’ 등의 70~90년대 연작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정신, 몸의 즉물적 대화와 호흡을 표현해온 그는 활기 가득한 근작들로 노익장을 과시했다는 호평을 받는다.

해외 유력화랑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블럼&포 갤러리는 고 권영우, 박서보(83), 이우환(78)씨 등 국내 단색조 화가 6명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다방면에서: 추상에 관한 단색화’전을 11월8일까지 열고 있다.

모노크롬표작가 박서보씨와 하종현(79)씨는 다음달부터 12월까지 프랑스 파리의 명문화랑 에마뉘엘 페로탱과 뉴욕 블럼앤포갤러리에서 각기 초대전을 차린다.

원로작가들의 화려한 귀환은 소외됐던 60~70년대 전위작가들의 궤적을 살피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모노크롬처럼 상업화랑들이 마케팅 전략으로 이끈다는 측면에서 국내 미술관의 역할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또한 높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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