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록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더 윤덕원이 1990년대 감성을 머금은 솔로 앨범 <흐린 길>을 발표했다. 그는 “90년대 당시 더 클래식, 오태호, 윤상, 이승환을 좋아했다”며 “8분음표 멜로디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첫 솔로앨범 ‘브로콜리 너마저’ 윤덕원
서태지, 더 클래식, 김동률, 신해철(안타깝게도 갑자기 세상을 뜨고 말았지만) 등 199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인들이 최근 잇따라 컴백했다. 언론은 “90년대 전설들의 귀환” 등의 수사를 써가며 조명했다. 이런 와중에 한켠에서 조용히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을 낸 이가 있다. 모던록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리더 윤덕원이다. 그의 1집 <흐린 길>을 들은 평론가들은 “90년대 당시보다 더 ‘90년대스러운’ 감성의 앨범”, “타이틀곡 ‘흐린 길’은 강력한 올해의 노래 후보” 등의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인기에 비해 평론가들의 평가는 박한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바뀐 것 같아서 기분 좋기도 하네요. 사실 중요한 건, 팬들이 좋게 들어주시는 거죠.”
윤덕원은 쑥스러운 듯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브로콜리 너마저는 많이들 아시는데, 윤덕원이 솔로 앨범 낸 건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라디오 방송 출연도 하고 팬들이 참여하는 뮤직비디오도 만드는 등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밴드에서 작사·작곡을 전담하던 그가 왜 갑자기 솔로 앨범을 낸 걸까? 과거 상당수 밴드가 그랬던 것처럼 이러다 밴드가 깨지기라도 하는 건 아닐까? 그는 손사래를 쳤다. “밴드를 하며 솔로 활동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밴드에서 건반을 치는 잔디가 올 초 결혼하고 곧바로 임신하게 되면서 밴드가 꽤 오랫동안 활동을 쉬게 됐어요. 그동안 음악을 쉬고 싶지 않아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솔로 앨범을 준비하게 된 거죠.” 잔디는 이달 중순 건강한 아들을 순산했다고 한다.
‘90년대보다 더 90년대 감성’ 극찬
밴드 활동때 만든 두 곡 단초 삼아
더 클래식 박용준 등과 함께 작업
“평단 반응 기분 좋지만 아직 부족
마흔쯤 뭔가 제대로 만들 것 같아” 이번 앨범의 출발점이 된 곡은 ‘흐린 길’과 ‘갈림길’이다. 밴드 활동 당시 만든 곡인데, 밴드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제쳐뒀다고 한다. 그 곡을 다시 꺼내어 솔로 앨범의 단초로 삼았다. 두 곡을 지난 6월 먼저 디지털 싱글로 냈고, 이번에 9곡이 담긴 정규 앨범을 냈다. “애초 여름께 5곡 정도 담은 미니앨범으로 내려 했는데, 좋은 선배님들과 작업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배우는 것도 많아 곡을 자꾸 추가하면서 정규 앨범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말한 선배들은 더 클래식의 박용준과 인디 밴드 오메가3의 키보디스트 고경천이다. 둘은 이번 앨범의 편곡과 연주를 맡았다. “어릴 적부터 더 클래식 팬이었어요. ‘흐린 길’과 ‘갈림길’을 만들었을 때 90년대 발라드의 옷을 입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더 클래식을 상상했거든요. 용기를 내어 박용준 선배님께 부탁하니 정말로 해주시겠다고 한 거예요. 우와! 제가 성공한 ‘덕후’(열혈팬)가 된 거죠.” 그렇게 해서 두 노래는 90년대의 감성 멜로디가 살아 있는 가운데 아련한 정서가 배인 곡으로 완성됐다. 윤덕원은 “같이 작업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무협지로 치면, 은둔고수를 만나 내공을 전해받고 나도 경혈이 뚫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수록곡들도 90년대의 정서를 관통한다. “일부러 90년대 콘셉트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닌데, 내 안에 오랫동안 머금어온 정서가 자연스레 나오나 봐요. 90년대 당시 더 클래식, 오태호, 윤상, 이승환을 특히 좋아했어요. 이승환 팬클럽도 들었는 걸요. 당시의 8분음표 멜로디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는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며 아직도 많이 아쉽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저는 젊은 한때 천재성을 확 불사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저는 아직도 계속 갱신해나가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32살인데, 마흔 정도 되면 그땐 뭔가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윤덕원은 12월27일 부산 동아대 다우홀을 시작으로 내년 1월 서울, 전주, 대구 등을 돌며 단독공연을 할 예정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밴드 활동때 만든 두 곡 단초 삼아
더 클래식 박용준 등과 함께 작업
“평단 반응 기분 좋지만 아직 부족
마흔쯤 뭔가 제대로 만들 것 같아” 이번 앨범의 출발점이 된 곡은 ‘흐린 길’과 ‘갈림길’이다. 밴드 활동 당시 만든 곡인데, 밴드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제쳐뒀다고 한다. 그 곡을 다시 꺼내어 솔로 앨범의 단초로 삼았다. 두 곡을 지난 6월 먼저 디지털 싱글로 냈고, 이번에 9곡이 담긴 정규 앨범을 냈다. “애초 여름께 5곡 정도 담은 미니앨범으로 내려 했는데, 좋은 선배님들과 작업하다 보니 재미도 있고 배우는 것도 많아 곡을 자꾸 추가하면서 정규 앨범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가 말한 선배들은 더 클래식의 박용준과 인디 밴드 오메가3의 키보디스트 고경천이다. 둘은 이번 앨범의 편곡과 연주를 맡았다. “어릴 적부터 더 클래식 팬이었어요. ‘흐린 길’과 ‘갈림길’을 만들었을 때 90년대 발라드의 옷을 입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더 클래식을 상상했거든요. 용기를 내어 박용준 선배님께 부탁하니 정말로 해주시겠다고 한 거예요. 우와! 제가 성공한 ‘덕후’(열혈팬)가 된 거죠.” 그렇게 해서 두 노래는 90년대의 감성 멜로디가 살아 있는 가운데 아련한 정서가 배인 곡으로 완성됐다. 윤덕원은 “같이 작업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무협지로 치면, 은둔고수를 만나 내공을 전해받고 나도 경혈이 뚫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수록곡들도 90년대의 정서를 관통한다. “일부러 90년대 콘셉트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닌데, 내 안에 오랫동안 머금어온 정서가 자연스레 나오나 봐요. 90년대 당시 더 클래식, 오태호, 윤상, 이승환을 특히 좋아했어요. 이승환 팬클럽도 들었는 걸요. 당시의 8분음표 멜로디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는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며 아직도 많이 아쉽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저는 젊은 한때 천재성을 확 불사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저는 아직도 계속 갱신해나가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32살인데, 마흔 정도 되면 그땐 뭔가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윤덕원은 12월27일 부산 동아대 다우홀을 시작으로 내년 1월 서울, 전주, 대구 등을 돌며 단독공연을 할 예정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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