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악·춤·연극을 하나로
묵직한 주제지만 재미·감동
묵직한 주제지만 재미·감동
“강 하나 사이 두고 만나지 못할 사이라면 나는 차라리 민들레 풀씨 되어 가리라. (중략) 육십 년을 기다려도 기다리라고만 하는 이 세상, 나 이제 이렇게 사랑의 깃발 흔들고 가리니. (중략) 나 여기 지금 가고 있소, 임자는 어디쯤에서 날 기다리고 있소?”
강을 건너다 빠져 죽은 백수광부의 아내가 부른 노래인 고대시 ‘공무도하가’가 거장 이윤택의 손을 거쳐 전통음악과 춤, 연극을 아우르는 음악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공무도하가>는 모두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째, 새로 이사 간 아파트의 동과 호수를 잊어버린 샐러리맨이 이천 년 전 자신의 전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둘째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두만강을 건너는 남쪽 작가의 도강기(渡江記)다. 마지막으로 밤마다 전생과 후생을 넘나드는 늙은 몽유병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는 이윤택 연출가와 소설가 김하기의 실화에 바탕을 뒀다. 첫 이야기는 1980년대 부산의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 간 이윤택이 새집의 주소를 기억하지 못해 근처를 배회했던 경험을 담았다. 두번째 이야기는 1996년 소설가 김하기가 중국 연길시의 북한식당 여종업원이 소개해 준 택시 운전사와 함께 두만강의 얕은 곳을 찾아 북한으로 넘어간 사실에 바탕을 뒀다. 강을 건넌 김하기는 북한으로부터 추방당해 귀국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됐다.
묵직한 주제지만 내용이 무겁지만은 않다. 집을 잃은 사내와 경비원이 주고받는 만담 형태의 대사와 남과 북의 배역들이 펼치는 과장된 연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우스꽝스러운 대사를 하다가도 한 곡조 뽑는 판소리는 음악극 특유의 재미와 감동을 준다. (02)580-3300.
손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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