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1일 국악의 모든 장르를 아우른 음악극 <공무도하가>의 공연을 앞두고 이윤택 연출이 배우 경험이 없는 소리꾼 출신 출연자의 머리를 잡고 시선 처리와 발성법을 지도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21~30일 ‘공무도하가’ 공연
“시선 집중시켜라” “소리는 눌러야”
이씨, 소리꾼 머리 잡고 집중 훈련
“시선 집중시켜라” “소리는 눌러야”
이씨, 소리꾼 머리 잡고 집중 훈련
“쑤욱대에 머어리, 구우신 형용~ 저억막 옥방의 찬 차리에~.” 방수미(순나 역)가 노래를 부르자, 갑자기 이윤택 연출이 멈춰 세웠다. “가인(소리꾼)이냐 배우냐 차이는 바로 시선이에요.” 그러곤 방수미의 머리를 잡고 시선을 그에게 향하도록 했다. “소리를 내지르는 샤우팅이 아니라 소리를 눌러야 합니다.” 이윤택은 방수미의 머리를 눌러 치솟는 소리를 눌렀다.
이어 채수현(여옥 역)이 “달하, 노피곰 도다샤~”라고 읊조렸다. 이윤택은 “이번 음악극에서는 모든 소리를 대사로 만듭니다. 즉 판소리, 서도민요, 정가를 연극언어로 만든다는 말이에요”라고 강조했다. 안이호(김작가 역)에겐 “소리를 할 때, 똥꼬를 조인다는 느낌으로 단전에 힘을 줘야지”라고 했다.
이달 21~30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무대에 오르는 음악극 <공무도하가> 연습이 한창이다. 굿의 형식을 도입하는 등 한국연극계를 이끌어온 거장 이윤택은 이번 공연에서 판소리를 무대언어로 변화시켜, 극적 서사구조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 바탕 위에 정가, 서도소리, 경기민요, 구음, 범패 등 다양한 전통음악을 코러스와 아리아로 배치했다. 이 음악극에는 전문배우가 한 명밖에 없고, 소리꾼 출신들이 나온다. 연습을 지켜보면서 ‘소리꾼을 배우로 만드는 작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습중에 이윤택한테 머리를 잡히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윤택은 왜 그랬을까? 우선 시선을 집중시키는 훈련이다. “시선이 없으면 가인이지만,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때부터 연기자가 됩니다.”
판소리를 무대언어로 변화시키고
정가·서도소리·경기민요 등 배치
‘강을 건널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단시대 통일의 서사로 재창조 또 한편으로는 소리를 눌러주는 작업이다. “광기와 절제라는 연기의 이중성이란 게 있어요. 광기를 끌어올릴수록, 위에서 누르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그냥 내지르면 당사자의 내적 에너지가 약해요. 내적인 상태는 인문학적 사유와 진솔한 감정이 필요한 것이거든요.” 국립국악원 연습실에서 만난 이윤택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소리꾼이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마디로 온몸으로 노래하라는 거죠. 그냥 노래를 부르면 그건 놀이, 여흥문화밖에 안 됩니다. 온몸으로 노래하면 자기 노래가 말이 되고, 말에 진정성이 담기기 때문에 현실적 언어가 된다는 거죠.” 연출과 함께 대본도 쓴 이윤택은 한국 최초의 고대시 ‘공무도하가’를 ‘우리 공연예술의 원류’로 본다. 노래와 공후인(서양의 하프와 비슷한 옛 악기) 연주가 어우러졌고, 강을 건너는 백수광부와 이를 슬퍼하는 아내 사이엔 고대 드라마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신화와 역사의 영역인 공무도하가를 통해 ‘강을 건널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사실적인 동시대 서사로 재창조했다. 강을 건너 만나야 할 것이 민족이라면 그것은 곧 ‘분단시대 통일의 서사’가 된다. <공무도하가>는 특정 국악장르의 소리극이 아니라 다양한 전통음악과 춤을 아우른 음악극이다. 서울·남원·진도·부산의 4개 국립국악원 단원을 두루 모았다. 안숙선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작창을 맡고 류형선 창작악단 예술감독이 작곡을 맡았다. 작창과 도창을 맡은 안숙선 예술감독은 “한국 전통을 현대의 예술로 재창조하면서 우리의 것을 찾고 판소리가 살 수 있는 극이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정가·서도소리·경기민요 등 배치
‘강을 건널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단시대 통일의 서사로 재창조 또 한편으로는 소리를 눌러주는 작업이다. “광기와 절제라는 연기의 이중성이란 게 있어요. 광기를 끌어올릴수록, 위에서 누르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그냥 내지르면 당사자의 내적 에너지가 약해요. 내적인 상태는 인문학적 사유와 진솔한 감정이 필요한 것이거든요.” 국립국악원 연습실에서 만난 이윤택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소리꾼이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마디로 온몸으로 노래하라는 거죠. 그냥 노래를 부르면 그건 놀이, 여흥문화밖에 안 됩니다. 온몸으로 노래하면 자기 노래가 말이 되고, 말에 진정성이 담기기 때문에 현실적 언어가 된다는 거죠.” 연출과 함께 대본도 쓴 이윤택은 한국 최초의 고대시 ‘공무도하가’를 ‘우리 공연예술의 원류’로 본다. 노래와 공후인(서양의 하프와 비슷한 옛 악기) 연주가 어우러졌고, 강을 건너는 백수광부와 이를 슬퍼하는 아내 사이엔 고대 드라마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신화와 역사의 영역인 공무도하가를 통해 ‘강을 건널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사실적인 동시대 서사로 재창조했다. 강을 건너 만나야 할 것이 민족이라면 그것은 곧 ‘분단시대 통일의 서사’가 된다. <공무도하가>는 특정 국악장르의 소리극이 아니라 다양한 전통음악과 춤을 아우른 음악극이다. 서울·남원·진도·부산의 4개 국립국악원 단원을 두루 모았다. 안숙선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작창을 맡고 류형선 창작악단 예술감독이 작곡을 맡았다. 작창과 도창을 맡은 안숙선 예술감독은 “한국 전통을 현대의 예술로 재창조하면서 우리의 것을 찾고 판소리가 살 수 있는 극이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