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나온 신한균씨의 달항아리 작품들.
신한균 사기장 80여점 전시
“달항아리는 우리네 여인들이 입었던 풍성한 치마저고리의 고운 곡선이란다. 수줍은 듯 살짝 비켜가는 여인네들의 겸손함이지.”
30년 가까이 대를 이어 조선 백자를 구워온 신한균(54)씨에게 사기장이던 부친(신정희)이 어릴 적 들려준 이야기는 평생의 기억으로 남았다. 경남 양산 통도사 부근에 가마를 쌓고 숱한 백자 그릇과 사발들을 만들어 일본 등에서 줄곧 전시했지만, 달항아리를 오롯이 재현하고 싶다는 일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차려진 신씨의 ‘달항아리’전은 부친 영전에 다짐한 그의 묵은 일념을 풀어낸 전시다. 흙과 불기운을 다독이며 빚어낸 백자 달항아리, 분청 달항아리, 회령 달항아리, 사발 등 80여점이 나왔다. 조선 중후기 나온 달항아리는 백자의 왕으로 꼽힌다. 40㎝ 넘는 크기에 틀잡히지 않은 곡면과 유백색 빛깔로 사람의 세상과 우주를 녹여낸 이 명품을 작가는 정제된 모양새와 표면 유약이 갈라진 ‘빙렬’의 효과를 극대화해 재현했다.
‘오고려’(奧高麗)란 이름으로 일본에 알려진 회령도자기의 거칠고 역동적인 무늬와 발색을 담거나 구리 안료로 추상적인 무늬를 그려낸 달항아리들도 보인다.
신씨는 2008년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의 삶을 담은 소설 <신의 그릇>을 펴내는 등 저술들을 통해 조선 백자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도 힘써왔다. 10일까지. (02)726-4456.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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