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반도체 소녀〉
연극 뮤지컬배우·특수교사 꿈꿨던
도언·예진·은지 엄마 ‘눈물의 관람’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같아…
생명 귀히 여기는 세상 됐으면”
도언·예진·은지 엄마 ‘눈물의 관람’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같아…
생명 귀히 여기는 세상 됐으면”
아픔이 다른 아픔을 더 잘 안다. ‘세월호의 아픔’이 반도체 소녀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사랑하는 가족이 내 곁에 없다는 것을 느낄 때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녹아내립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추구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면 엄청난 대가가 따를 겁니다.”
연극배우가 꿈이었던 단원고 김도언양의 어머니는 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집단발병 사건을 다룬 연극 <반도체 소녀>를 본 뒤 이렇게 관람평을 썼다.
단원고 2학년3반 희생자의 세 어머니가 지난달 24일 서울 대학로 ‘아름다운 극장’을 찾았다. 특히 두 아이는 장래희망이 연극과 뮤지컬 배우였다. 아이들이 꿈에 그리던 대학로를 찾은 어머니들의 가슴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졌다.
도언이의 어머니는 “진실을 밝히는 현실이 힘들어도, 엄마 아빠이기에 견디어 낼 겁니다”라고 했다. 단원고 연극부원이었던 도언이는 지난해 경기도 청소년연극제에 참가해 금상까지 받았다. 내성적인 친구들에게도 먼저 웃으며 다가가는 밝은 아이였다.
“나의 분신 예진이 꿈은 뮤지컬 배우였습니다. 꿈을 키우기 위해 학원에 다니면서,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게 좋다며 대학로에 주말이면 자주 왔었죠. 바빠서 같이 못 가는 엄마에게 담엔 같이 가자고 하던 아이…….” 딸이 좋아하던 대학로를 찾은 정예진양의 어머니는 가슴을 쳤다. 무대 체질이었던 예진이는 언젠가 그룹 동방신기와 한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예진이는 엄마를 끔찍이 위하던 ‘친구 같은 딸’이었다.
같은 반 한은지양의 어머니도 “반도체 소녀의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 같아 마음이 아프고, 울었습니다. 세상의 어떤 이윤보다, 이기적인 욕심보다 한 생명을 귀히 여길 줄 알고 서로 사랑하며 배려할 줄 아는 세상이 되길 희망해봅니다”라고 했다. 은지는 이해심이 많고 봉사에 보람을 느끼는 아이였다. 그래서 장래 꿈도 특수교사였다. 극단 쪽은 “세월호 어머니들을 모시고 싶었지만 슬픔을 덧낼까봐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어머니들이 먼저 관람 의사를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이달 30일까지 공연하는 <반도체 소녀>에는 그동안 엘지유플러스 비정규직 노조, 케이블텔레비전 씨앤앰 노동자, 재능교육 등 노동자의 발길이 내내 이어졌다. 우리 주위에 제2의, 제3의 반도체 소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때마침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를 다룬 영화 <카트>도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극 <반도체 소녀>를 봤다는 엘지유플러스의 설치기사 최영열씨는 서울 여의도 노숙농성장에서 소감을 써 보내왔다. “연극 속 배우는 나이고 우리인 것이다. 저 속에 내가 있고 동료가 있고 세상이 있는 것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문화창작집단 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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