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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투사가 된 춘향, 창극혁명 이끌까

등록 2014-11-05 19:01수정 2014-11-05 21:17

세계적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 사진 국립극장 제공
세계적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 사진 국립극장 제공
안드레이 서반 ‘다른 춘향’ 연출
“춘향전, 셰익스피어와 비슷
판소리는 인간 본성의 울림”
춘향은 ‘반체제 인사’였다. 권력의 협박에 맞서다 명예훼손과 반역죄로 수감됐다. 춘향을 반체제로 낙인찍은 이는 세계적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이다. 그는 이달 20일~다음달 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르는 창극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의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생활한복을 입은 71살의 연출가는 소년처럼 잘 웃었다. 백발은 금발을 덮고 경륜은 온몸을 기품으로 감쌌다. 5일 국립극장에서 서반을 만났다. 그는 세계 오페라·연극 무대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1968년 연출가로 데뷔한 이래 1984년 플라시도 도밍고를 앞세운 <투란도트>는 무려 30년간 공연했고, 1995년 작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혁신적 연출 때문에 기존 관객의 반발을 사는 가운데서도 지난해까지 무대에서 세계관객을 사로잡았다.

“춘향이 창극의 혁명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창극이 혁신을 넘어 혁명적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자, 서반은 그렇게 답했다. 그는 생활한복을 입었지만, 이번 작품을 한국을 넘어 세계적 보편성을 얻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내가 초대된 이유는 다른 관점으로 춘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에겐 너무 익숙하지만, 나는 처음 접하기 때문에 오픈 마인드로 현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를 직접 모셔온 건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다.

‘창극 춘향’이 혁명 또는 혁신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판소리와 현대극을 접목했다. 사랑가, 쑥대머리 등 눈대목은 그대로 살리되, 대사는 철저히 현대적이다. 검정색 철골구조에 모래와 물로 채운 무대도 그렇다. 다음으로 춘향을 일편단심형 정절녀를 넘어 사랑을 쟁취하는 투사로 그렸다. 방자를 여성 캐릭터로 바꾼 부분도 눈에 띈다. 움직임을 중요시해 콕 찍어 안은미한테 안무를 맡겼다.  

세계적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 사진 국립극장 제공
세계적인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 사진 국립극장 제공
서반은 춘향이라는 이야기가 가지는 보편성에 주목했다. “세상에는 부정부패가 난무하고, 야망과 거짓말이 넘치고 이기심이 팽배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그는 판소리가 가지는 보편성을 설명했다. “판소리는 목소리와 장단에서 가슴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인도, 브라질, 페루, 발칸의 음악과도 비슷하다. 오래된 문화권의 음악을 들으면 느끼는 인간 본성의 울림이다. 판소리는 한국적이면서도 한국 이상의 것이다.”

그는 1968년 고전작품인 셰익스피어의 연극 <줄리어스 시저>를 올려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시저라는 작품은 민중들의 고통이나 정권교체와 불안 같은 오늘날의 현실과 맞물려 있다. 그런 점에서 춘향도 시저 못지않게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것이다. 춘향전은 셰익스피어와 비슷하다. 여러 방법으로 뒤집고 실험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오페라 연출가로서 그는 플라시도 도밍고, 안나 네트렙코, 나탈리 드세이를 좋아한다. 노래뿐 아니라 연기도 잘하기 때문이다. 그는 계절에 따라 좋아하는 오페라가 달라진다. “비가 올 때는 로시니의 코믹한 오페라가 좋다. 그리고 따뜻한 날에는 바그너 같은 진지한 작품이 좋다.” 

마지막으로 이번 작품을 현대극으로 만든 이유를 물었다. 서반은 “티켓을 팔기 위해서”라며 웃었다. 현대 관객과 소통하려는 ‘혁신의 아이콘’다운 답변이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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