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발레 <스노우 화이트>의 한 장면. 사진 현대카드 제공
원작 확 비튼 발레 ‘스노우 화이트’
말러 곡에 파격 안무·반라 의상
사랑에 눈뜬 관능적 여인 그려내
말러 곡에 파격 안무·반라 의상
사랑에 눈뜬 관능적 여인 그려내
디즈니 판 백설공주가 아니라 ‘에로틱 잔혹 발레’ 백설공주다.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프랑스 안무가 앙쥴렝 프렐조카쥬가 그림 형제의 원작 동화를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선율에 실었다. 여기에 마돈나의 원추형 브래지어(콘 브래지어)를 만든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관능적이고 몽환적인 의상을 선보인다. 현대 발레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가 14~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프렐조카쥬의 안무는 충격적이다. 의붓어머니가 백설에게 독사과를 먹일 때, 백설의 머리와 허리를 부러뜨릴 듯 꺾고 심지어 배를 발로 찬다. 그리고 반라의 백설을 질질 끌고 간다. 그럼에도 안무는 섬세하다. 잠든 백설의 움직임까지도 왕자를 통해 춤으로 끌어낸다. 잠자는 공주가 춤을 추다니, 기발한 상상력이다.
1994년작 발레 <르 팍>으로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상을 받은 프렐조카쥬는 동화 속 소녀가 아닌 사랑에 눈 뜬 백설을 어른들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특히 의붓어머니 왕비는 의붓딸을 희생해서라도 성적인 유혹과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잠든 백설이 깨어나는 장면에서 말러 교향곡 5번의 4악장 아다지에토가 흐른다. 말러의 9개 교향곡(10번은 미완성) 가운데 보기 드문 서정적인 선율로 가장 인기 있는 음악이다. 발레에서는 말러의 교향곡을 통째 쓰지 않고 극 흐름에 맞춰 발췌해 사용했다. 백설의 성인식에서는 교향곡 2번 2악장, 심술궂은 새 왕비 장면에선 교향곡 5번 2악장, 결혼식에선 교향곡 3번 2부 3악장에서 음악을 끌어왔다. 프렐조카쥬는 “말러 음악은 굉장히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발레 <스노우 화이트>에 날개를 단 것은 장 폴 고티에의 의상이다. 그는 패션뿐 아니라 영화 <제5원소>, <나쁜 영화> 등의 의상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작품에서 관능적인 의상을 선보인다. 목이 깊게 파이고 두 다리가 드러난 백설 공주의 새하얀 의상과 몸에 달라붙는 검정 옷에 하이힐을 신은 의붓어머니의 의상은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말러의 음악과 고티에의 의상이라는 최고의 동반자와 함께 한 프렐조카쥬는 “신체 에너지, 공간의 느낌, 인물들의 감정이 표현되도록 몸의 이야기에 최대한 집중했다”라고 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현대카드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