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혜 씨는 ‘앤니 로리’란 주인공이 마법 세계 여전사가 되기 위해 겪는 시련과 모험담들을 순정만화 이미지로 재현하였다.
20일부터 ‘청춘과 잉여’ 전
90년대 작가와 신세대 작가 ‘짝’
아시아 등 5가지 주제 공동작업
20년 사이 미술 지평 탐사 시도
90년대 작가와 신세대 작가 ‘짝’
아시아 등 5가지 주제 공동작업
20년 사이 미술 지평 탐사 시도
한국미술판에서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초는 이른바 ‘벨 에포크(좋았던 한 시절)’로 회자된다. 당시 유학파 젊은 작가들은 기존 미술판 변방의 대안공간에 터잡고 문제작들을 쏟아냈다. 압축성장한 한국사회의 모순된 풍경은 그들이 가장 예민하게 뜯어보았던 탐구대상이었다. 마침 등장한 동시대 미술관과 비엔날레 등이 그들 작업을 집중소개하면서 미술판 구도 또한 급속히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 좋았던 시절은 2000년대 중후반 미술자본의 공세와 세계 금융위기 태풍 속에 곧 잠겨버렸다.
20일부터 서울 영등포 커먼센터에서 열리는 ‘청춘과 잉여’ 전은 90년대 이후 부침해온 동시대 한국미술의 행로를 조망한다. 90년대말 젊은 미술판의 당대 ‘소장작가’들을 ‘청춘’으로, 최근 불황과 담론의 퇴조 속에 고민중인 지금 ‘소장작가’들을 ‘잉여’로 상징하면서 두 세대 작가들이 손잡고 작업했다. 20년 사이 동시대 미술의 지평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세대가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로 살펴보자는 뜻이다. 기획자 안대웅씨는 “90년대 이래 한국미술의 계보를 찾아보려는 탐색”이라고 말한다.
90년대 주력 작가군인 박찬경, 정연두, 안규철, 송상희, 박미나씨와 최근 신세대 작가들인 이완, 백정기, 이자혜, 김영글, 이상훈씨가 각기 쌍을 이뤄 여러 주제 아래 협업한 신작들이 내걸린다. 영화와 사진, 설치 등을 오가며 냉전, 무속 등에 천착해온 박찬경씨와 아시아 근대 산물들을 관찰, 수집해온 이완씨의 공동작업이 주목된다.
‘아시아’란 주제 아래 전통문화와 아시아 근대성의 관계를 캐는 박씨의 다큐적 작업이 고고학적이라면, 동남아 근대산업의 자취들과 한국 정치사 관련 수집품들을 재구성한 이씨의 작업들은 탐정 같은 행보를 보여준다. ‘세계를 모험하는 주인공’이란 주제를 내건 송상희, 이자혜씨의 작품들에는 이상향을 놓고 엇갈리는 해석의 묘미가 있다. 송씨의 신작 영상들은 근세기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점령사와 아프리카 호수 물고기의 교미 장면을 병치해 번식·확장의 유토피아적 욕망을 은유한다. 반면 이씨는 ‘앤니 로리’란 주인공이 마법 세계 여전사가 되기 위해 겪는 시련과 모험담들을 순정만화 이미지로 재현하면서 작가만의 마법동산을 펼쳐보인다. 12월31일까지. www.commoncenter.kr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송상희 씨의 신작 영상들은 근세기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점령사와 아프리카 호수 물고기의 교미 장면을 병치해 번식·확장의 유토피아적 욕망을 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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