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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세잔의 후예’ 모란디의 정물 세

등록 2014-11-19 19:45수정 2014-11-19 22:09

도판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도판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미술 사조 담쌓고 ‘고독’ 담은
1940~60년대 전성기 작품 40여점
내년 2월까지 한국에서 첫 전시
어떤 유행에도 눈돌리지 않았다. 평생 집에 틀어박혀 건축물 같은 정물만 그렸다. 20세기 미술사에서 세잔의 계보를 잇는 정물화 거장이 된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모란디(1890~1964)의 삶은 생전 남긴 정물화처럼 단순했다. 작가들 사이에 더욱 명망 높은 그의 그림들이 한국에 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정물화에 온삶을 바친 모란디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모란디와의 대화’ 전을 내년 2월25일까지 덕수궁관에서 마련한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모란디 미술관 소장품들 가운데 작가의 전성기였던 1940년대~60년대에 그린 유화, 수채화, 에칭 판화, 드로잉 40여점이 나왔다.

모란디는 죽을 때까지 고향 볼로냐에서 세 누이와 함께 은둔하면서 작업했다. 청년기인 1910년대 미래파 운동에 가담한 바 있으나, 이후에는 조르조 데 키리코 같은 형이상학적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과 교류했다. 생전 어떤 미술사조에도 휩쓸리지 않았던 그는 정물화에 자기만의 고독한 세상을 심었다. 화병, 방울, 그릇 등의 모양과 배치를 건축물처럼 정연하게 틀지웠다. 그림 속 정물들 사이엔 강한 긴장감이 피어나지만, 윤곽은 모호하게, 색감은 감각적으로 빚어내 초현실적이면서도 세련된 화면이 공존하게 만들었다. 시대 조류와 담쌓고 오직 정물의 존재론적 본질을 파고들어간 모란디 그림은 베네치아 비엔날레(1948)와 상파울로 비엔날레(1957)에서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도판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도판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출품작들은 꽃병 등의 정물과 조개껍질, 꽃, 풍경을 그린 소품들이다. 정물들이 작은 화폭에 절제되고 단순화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선연한 붓자국들로 채워진 진주빛, 흰빛, 회색빛 화면은 모노톤 색감으로 눈에 와닿는다. 모란디는 ‘병(甁)의 화가‘라 불릴 만큼 다양한 병을 소재로 한 정물화를 많이 그렸다. 생전 벼룩시장에서 산 길쭉한 여러 병들의 정물이 소품들마다 형태, 구조, 색에서 미묘한 변주를 보여주면서 재구성되는 양상을 음미하는 것이 감상의 초점이다. 정물의 존재감을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모란디 화풍은 지오토와 마사치오 등 14~15세기 초기 르네상스 거장들에 대한 젊은 시절의 연구와 사물의 변하지 않는 속성을 포착했던 세잔(1839-1906)의 정물화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전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고 단언했던 그의 정물과 풍경 그림들은 이런 탐색기를 거쳐 예술과 존재의 본질에 대해 던지게 된 질문이기도 하다.

생전 소재로 썼던 여러 병들의 실물과 ‘지도’로 불리는 작품 배치스케치 도면 등이 나와 작품 이해를 돕는다. 1섹션 전시의 모란디 소품들과 비교감상하기 위해 만든 2섹션 전시도 봐야한다. 박수근, 김환기, 오지호, 도상봉 등 국내 대가들의 정겹고 눈맛나는 명품 정물화들이 맞아준다. (02)2022-060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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