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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악인들이 자꾸만 시골로 가는 까닭은

등록 2014-12-01 19:36수정 2014-12-01 21:06

음악인들이 복잡한 도심을 떠나 한적한 자연 속에서 음악 작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춘천 의암호 수변가의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춘천 스튜디오에서 새 앨범 녹음을 했다. 킹스턴 루디스카 제공
음악인들이 복잡한 도심을 떠나 한적한 자연 속에서 음악 작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춘천 의암호 수변가의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춘천 스튜디오에서 새 앨범 녹음을 했다. 킹스턴 루디스카 제공
딥퍼플 히트곡 ‘스모크 온더 워터’
호수 근처서 묵다 화재현장 묘사

김창완 밴드·킹스턴 루디스카 등
국내 가수들도 속속 자연속으로
“풍광좋고 인적 드물어 집중 잘돼”
마이클 패스벤더가 커다란 탈을 쓰고 나오는 영화 <프랭크>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탈을 쓴 프랭크가 이끄는, 이름부터 전위적인 인디 밴드 ‘소론프르프브스’는 새 앨범 작업을 위해 산골 오지에 있는 별장으로 들어간다. 산과 호수, 양떼들이 있는 곳에서 이들은 낯설면서도 기발한 음악들을 만들어낸다. 대중들에겐 생경한 작업 과정이 에스엔에스(SNS)로 널리 퍼지면서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초청받는 행운을 거머쥔다.

영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 전설적인 하드록 밴드 딥퍼플은 1971년 12월 앨범 녹음을 위해 스위스를 찾았다. 제네바의 한 호텔에 묵던 밤, 호수 건너편에서 연기와 불꽃이 올라오는 광경을 봤다. 그곳은 다음날 딥퍼플이 앨범 녹음을 하기로 돼있었던 몽트뢰 카지노였다. 이곳에서 프랭크 자파가 공연하던 도중 흥분한 관객이 쏘아올린 불꽃 조명으로 화재가 일어난 것이었다. 딥퍼플은 이 상황을 자세히 묘사한 노래 ‘스모크 온 더 워터’를 만들었고, 이는 세계적인 히트곡이 됐다.

딥퍼플의 경우는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외국에선 음악인들이 복잡한 도심을 떠나 한적한 자연 속에서 음악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최근 이런 식으로 작업하는 음악인들이 늘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체어샷은 강원도 평창 감자꽃스튜디오에서 신곡 작업을 했다. 아시안체어샷 제공
아시안체어샷은 강원도 평창 감자꽃스튜디오에서 신곡 작업을 했다. 아시안체어샷 제공
3인조 록 밴드 아시안체어샷은 지난달 5일부터 1일까지 한 달 동안 강원도 평창군 감자꽃스튜디오에 머물렀다. 다음달 미국 시카고에서 세계적인 밴드 스매싱 펌프킨스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로더의 프로듀싱으로 녹음할 새 앨범 수록곡들을 만들기 위해서다. 폐교를 개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감자꽃스튜디오에서 먹고 자며 8곡을 만들었다.

드러머 박계완은 1일 전화 통화에서 “주로 서울 홍대 인근 합주실에서 작업해오다 이번에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작업하기 위해 우리끼리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다 이곳에 오게 됐다”며 “자연이 아름답고 인적이 없는데다 시설도 편리해서 무척 좋았다. 다른 밴드들에게도 ‘강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서울 올라가는 오늘 첫눈이 와서 더욱 특별한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창완 밴드와 러브엑스스테레오는 지난달 17~28일 춘천 의암호 수변가에 있는 케이티앤지 상상마당 춘천 라이브 스튜디오에서 새 앨범 녹음 작업을 했다. 상상마당의 음악인 지원 프로그램 ‘아트 오브 레코딩’에 선정돼 브리트니 스피어스, 앨리샤 키스, 블랙아이드피스, 샤키라 등 세계적인 음악인들과 작업한 엔지니어 애드리안 홀과 작업을 한 것이다. 올 상반기에는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이런 식으로 새 앨범 녹음 작업을 한 바 있다.

김창완은 “누구나 꿈꾸던 리조트 같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녹음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며 “스튜디오 환경과 엔지니어 역량 또한 대단히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가 최근 발표한 4집 <에브리데이 피플>도 이곳에서 녹음한 것이다.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던 세계적인 스카 프로듀서 브라이언 딕슨을 초청해 열흘간 합숙하며 녹음했다. 밴드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오정석은 “스튜디오 바로 앞에 호수가 보이는 천상의 공간에서 자연을 벗 삼고 멤버들이 전원 합숙하며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먹은 덕분에 ‘웰빙’으로 잘 지냈을 뿐 아니라 팀워크도 다져졌다”며 “9명 멤버들이 한꺼번에 모여 한방에 녹음을 마치는 ‘원테이크’ 방식을 시도해봤는데, 그곳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델리 스파이스, 몽니, 최고은 등도 상상마당 춘천에서 새 앨범 녹음을 진행했다.

음악인들이 작업을 위해 마을로 찾아드는 것을 지역 주민들도 반긴다.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는 “아시안체어샷 멤버들이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긴 머리 휘날리며 산골 마을을 돌아다니는 광경에 마을 사람들이 낯설어하면서도 즐거워한다”며 “예술인들이 시골 마을에 자꾸 드나들수록 주민들도 문화와 더욱 친숙해진다”고 말했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녹음 작업을 위해 갔던 상상마당 춘천에서 팬들과 주민들을 위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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